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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읍 ‘보리할매’ 최가선씨 … 5일장 장터 돌며 23년째 보리냉차 봉사

중앙일보 2010.08.13 02:18 종합 23면 지면보기
10일 오후 충북 옥천군 옥천읍내 전통시장.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칠순을 넘긴 할머니가 자전거를 끌고 등장했다. 자전거 뒷자리에는 보리차가 담긴 커다란 25L짜리 물통이 실려 있다. 할머니는 장터 입구부터 조롱박을 이용해 자리를 펴고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에게 물을 건넸다. 통속에는 얼음이 동동 떠 있다.



보리차를 건네 받은 상인들은 “우리가 보리할매 때문에 푹푹 찌는 여름도 더운 줄 모르고 지나가. 할매가 주는 보리냉차 한 잔 마시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상인들에게 보리차를 건넨 사람은 장터에서 ‘보리할매’로 통하는 최가선(70·옥천군 옥천읍 삼양리) 할머니.



매년 여름 옥천읍내에서 열리는 5일장에 가면 보리차를 나눠주는 최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20년이 넘도록 6월부터 8월 사이에 장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자전거에 보리차 물통을 싣고 나온다. 최 할머니는 집에서 보리차를 끓여 식힌 뒤 얼음을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했다 장터를 찾는다. 보통 오후 1시쯤부터 25L의 보리 냉차를 싣고 나와 오후 늦게까지 장터를 돌며 상인들은 물론 물건을 사기 위해 나온 주민들에게 시원하게 목을 적셔주고 정겨운 이야기를 나눈다.



이곳에서 18년째 고추와 나물을 팔고 있는 김선향(64·여)씨는 “20여 년 전만 해도 변변한 냉장고가 없어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게 쉽지 않았다”며 “처음 보리차를 들고 나와 상인들에게 나눠주던 모습이 선한데 벌써 2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최 할머니가 보리 냉차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큰 아들이 군에 입대하던 1988년 8월. 그 해 8월 1일 입대하는 아들을 보면서 불볕더위에서 훈련할 생각을 하니 눈물이 절로 흘렀다고 한다. 마침 시장에 나왔다 힘들게 일하는 상인들을 보고 아들 생각이 더 간절했다. 며칠 뒤 보리냉차를 만들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벌써 22년이 지났다.



그 후 최 할머니는 몸이 피곤할 때도, 비가 올 때도 거르지 않고 장날에 보리 냉차를 나눠준다. 2~3년 전만 해도 플라스틱 통 2개를 들고 나왔지만 몸이 예전같이 건강치 않아 1통만 갖고 시장에 나간다. 최 할머니는 매주 월·수요일 옥천 노인장애인복지관 식당에서 점심배식 봉사활동을 할 정도로 부지런한 성격으로 통한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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