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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그리며 확인한 ‘우린 한민족’

중앙일보 2010.08.13 02:18 종합 19면 지면보기
11일 오후 일본 오사카시 니시나리구의 금강학원 초등학교. 재일동포들이 다니는 민족학교인 이곳에 한국 초등학생 26명이 찾아왔다. 전국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었다. 그룹홈은 가정 해체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가정과 같은 형태로 양육하는 소규모 아동보호시설이다. ‘엘리트 학생복’은 광복절을 맞이해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기 위해 그룹홈 어린이와 민족학교 학생이 함께하는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의 그룹홈 어린이와 재일동포의 민족학교 학생들이 ‘우리는 한민족’이란 글씨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에서 생활하지만 같은 핏줄인 어린 학생들은 초면인데도 쉽게 어울렸다. 이들은 6장의 하얀 티셔츠 앞면에 각각 ‘우·리·는·한·민·족’이라는 글씨를 쓰고 뒷면에는 금강학원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썼다. 박다니엘(12)군은 ‘우리와 너희는 각각 다른 나라에 살지만 우리는 친구야’라고 적었다. 아이들은 태극기의 사괘(四卦)에 대해 공부하고 이를 직접 그려보기도 했다. 태극기의 사괘를 색칠하면서 한국에서 온 예찬(12)이는 “이번에는 망치지 마라”며 금강학원 친구들에게 농담을 하기도 했다.



금강학원 초등학교 학생들은 글씨를 쓴 티셔츠를 선물받아 그 자리에서 입었다. 이 학교 김혜민(12)양은 “일본 학교에 다닐 때는 이지메(따돌림)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한국 친구들과는 함께 태극기를 만드는 사이 금방 친해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온 김정빈(12)양도 “함께 태극기를 그리면서 우리 모두 한국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재 재일동포 교육기관은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 운영하는 조선학교와 민단(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이 운영하는 민족학교로 나뉜다. 북한을 지지하는 조선학교는 70여 개가 있지만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민족학교는 4곳에 불과하다. 1946년에 설립된 금강학원은 유치부·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로 나뉘어 있으며 총 학생 수는 330명이다. 이 학교 한경문(47) 교장은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이들이 일본에 잘 적응해 살아가게 교육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두 시간을 함께 보낸 뒤 헤어지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서운함이 묻어났다. 아이들은 “다음엔 한국에서 만나자”며 작별 인사를 했다. 학교 정문엔 이들이 함께 만든 대형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꼈다.



오사카=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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