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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고시촌 술렁 “갑자기 내년부터 … ” 고시생들 당황

중앙일보 2010.08.13 00:54 종합 4면 지면보기
내년부터 2015년까지 행정고시 인원을 대폭 줄인다는 소식이 전해진 12일. 대학가와 고시촌은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신림동의 베리타스 종합고시학원에선 “이렇게 갑자기 바뀔 줄 몰랐다” “빨리 합격하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일부 고시생은 쉬는 시간에 인터넷에서 변경된 행시 선발 제도를 꼼꼼히 읽으며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행정법 강의를 듣는 조익희(21)씨는 “내년 2월에 피셋(PSAT·공직적합성평가) 시험을 보는데 몇 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준비생들을 전부 당황스럽게 만드는 발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림법학원의 조대일 원장은 “보통 공무원 채용계획은 1월에 행안부 사이트에 고시되는데 이번 발표안은 그때 내용에 없던 얘기라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 고시반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세대 상경관의 행정고시 준비반에서 만난 조동현(28·경제학 4)씨는 “고시라는 게 합격이 어려운 만큼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시 준비생 대부분이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이다. 조씨는 “최대한 빨리 붙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도원(23·기계공학 3)씨는 “5급은 일반 행정관, 즉 제너럴리스트를 뽑는 것인데 굳이 스페셜리스트를 뽑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임용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혼란이 온다”고 말했다. 행시 준비생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카페에서도 인원 축소를 걱정하는 수십 건의 글이 올라왔다. 다음카페 ‘행정고시 사랑’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또 제도가 바뀌는 것 아닌가” “민간 전문가 특채면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것 아닌가”라는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최근 사법고시와 외무고시가 차례로 폐지되면서 행시제도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고시생 사이에서 돌았다는 것이다. 동국대 고시반을 지도하고 있는 최응렬(경찰행정학) 교수는 “암기 위주의 현행 시험방식은 문제가 있었다”며 “그러나 유예기간이 없다면 내년, 내후년 합격을 생각하는 3년 이상 준비 학생들에게 굉장히 큰 불이익이다”고 설명했다.



고시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졌던 행시마저 축소되면서 ‘개천에서 용 나는 길’을 완전히 봉쇄해버리는 것은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방세진(24·고려대 행정학과)씨는 “로스쿨은 비싼 학비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행시도 결국 그렇게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선언·심새롬·박정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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