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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이승엽 넘어 메이저리그 넘본다

중앙일보 2010.08.13 00:46 종합 28면 지면보기
한국신기록, MLB와 1개 차

삼성도 안 피하고 정면승부




롯데 이대호(28)가 한국 프로야구 홈런사에 새 장을 열었다. 이대호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7회 2점 아치를 그려 지난 4일 두산전부터 일곱 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렸다. 1999년 이승엽과 스미스(이상 당시 삼성), 2003년 이호준(SK)의 여섯 경기를 뛰어넘는 역대 프로야구 최다 연속 경기 홈런 신기록이다. 이 부문 일본프로야구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의 최다 기록(8경기)에는 단 한 경기 차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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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의 삼성 선발은 최근 6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차우찬이었다. 이대호는 1회 무사 1, 3루에서 파울 홈런을 날렸으나 결국 7구째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3회에도 이대호는 차우찬을 공략하지 못하고 3루 땅볼로 물러났다. 5회 1사 3루에서는 바뀐 투수 정현욱에게서 좌익수 희생 플라이를 날려 1타점을 올렸다.



역사적인 홈런은 7회 말에 나왔다. 롯데가 4-7로 추격한 뒤 2사 1루에서 네 번째 타석에 선 이대호는 삼성 네 번째 투수 안지만의 초구 몸쪽 직구(시속 148㎞)를 놓치지 않았다. 공은 125m를 날아 구장 왼쪽 스탠드에 꽂혔다. 시즌 36호 아치를 그린 이대호는 펠릭스 호세의 롯데 구단 사상 한 시즌 최다 홈런(36개·99, 2001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14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해 2007년 박현승(당시 롯데)이 세운 이 부문 최다 기록과도 타이를 이뤘다.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기는 했지만 삼성도 팬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삼성 투수들은 하나같이 이대호와 정면 승부를 펼쳐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을 실천했다. 2위 삼성은 9회 초 신명철의 2타점 2루타 등으로 10-7로 승리해 3위 두산과의 승차를 두 경기로 벌렸다.



5위 KIA는 한화를 5-3으로 누르고 4위 롯데를 세 경기 차로 추격했다. 한편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SK-LG전은 우천 취소됐고, 서울 잠실구장의 두산-넥센전은 양팀이 1-1로 맞선 2회 비 때문에 노 게임 선언됐다.



신화섭 기자



“팀이 져 그다지 기쁘진 않다”



◆이대호의 말=기록을 세웠지만 그다지 기쁘지는 않다. 팀이 졌기 때문이다. 내일(13일)부터 5위 KIA와 광주 3연전을 치른다. 최선을 다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 8경기 연속 홈런 기록은 신경 쓰지 않겠다. (홈런을 친 7회 말에는) 팀이 3점 차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삼성 배터리가 빠른 승부를 걸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안지만이 초구 직구를 던졌다. 배트 중심에 잘 맞아 나온 홈런이었다. 경기 전부터 홈런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이승엽은 노렸다가, 이대호는 공 따라서



롯데 이대호(28)의 7경기 연속 홈런 신기록은 한국 야구 최고의 거포 이승엽(34·요미우리)의 종전 기록을 넘어섰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승엽은 1997년 생애 첫 홈런왕에 오른 뒤 2003년까지 7년 새 이 부문 타이틀을 다섯 번이나 거머쥐며 최고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승엽이 2004년 일본으로 진출한 뒤 이대호의 시대가 열렸다. 2006년 이대호는 이만수(84년) 이후 첫 타격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 3관왕)을 차지했다. 2006~2010년 다섯 시즌 동안 이대호는 8개 구단 전체 타자 가운데 최다 홈런(136개)과 타점(472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두 최고 타자 사이에는 차이점도 있다. 이승엽은 전형적인 홈런 타자다. 홈런의 비거리는 현재 뛰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맞수가 없을 정도다. 국내에서 한 시즌 50홈런 이상만 두 번(99년 54개, 2003년 56개)을 기록했다. 홈런 타자답게 이승엽은 삼진도 많은 편이다.



반면 이대호는 만능형 타자다. 이승엽을 상징하는 타이틀이 ‘홈런왕’이라면 이대호는 ‘3관왕’이다. 홈런·타율·타점 타이틀을 모두 따내기 위해선 힘과 정교함을 모두 갖춰야 한다. 그래서 이대호는 평소 “난 (공을 정확히 맞히는) 컨택트 히터”라고 말한다.



 투수 출신인 이효봉 MBC Life 해설위원은 “투수 입장에선 이승엽은 코스로, 이대호는 타이밍으로 잡아야 하는 타자”라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의 어떤 코스든 자기 스윙을 하는 능력에선 이대호가 한 수 위라는 의미다. 반면 이승엽은 자기가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온 공은 여지 없이 담장 너머로 보낸다는 평가다.



부산=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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