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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집었다 놓았다 ‘집게 전략’ 효과적”

중앙일보 2010.08.13 00:33 종합 32면 지면보기
북한 전문가 피터 헤이스 미국 노틸러스 연구원장

본지 공동후원 ‘DMZ 평화대회’ 참석 위해 한국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11월 전에 한국은 북한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화 외엔 대안이 없다.”



호주 출신 북한 전문가 피터 헤이스(사진) 미국 노틸러스 연구원장은 11일 “북한은 대화에 능하지 못해 약점이 드러날 것이며 북한을 집었다, 놓았다 하는 ‘집게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본지가 공동 후원하는 학술회의 ‘DMZ 평화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지금까지는 (북핵 협상에서) 북한이 게임의 룰을 일방적으로 정해왔다”며 “한·일이 주도하고 미·중·러가 동참하며 북핵 존재를 평가절하하는 방식으로 판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도 핵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도록 하는 등 동북아 전역을 ‘비핵지대(nuclear free zone)’화하자는 틀을 만들고 북한을 여기에 구속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헤이스 원장은 또 “내가 아는 워싱턴의 대북 당국자들은 강경론자까지 모두 (대북 대화에) 현실주의자”라며 “그들이 지금 북한을 쥐어짜고 있는 건 상징적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는데, 현 상황에서 적절한 시점과 방법은.



“대화는 북한의 약점을 드러낸다. 북한은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11월 전에 1차적으로 전술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어 한국이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는 2012년까지 본격적으로 대북 대화를 전개해야 한다. 방법은 새로운 형식의 6자회담이 적절하다. 지금까지의 게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왜 북한이 지역의 어젠다를 일방적으로 이끌도록 놔둬야 하는가? 판을 바꿔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판을 바꿀 방법은.



“한·중·일·러·미를 모두 끌어들여 동북아를 비핵지대로 만들고 북한을 동참시키는 거다. 주한미군의 성격도 새로 규정하고 중국도 핵 선제공격을 못하도록 못박는 국제법적 효력이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북핵을 평가절하해 ‘북한, 너희는 우리에게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게 이 체제의 목적이다. 그러나 북한을 절벽 너머로 밀어내서도 안 된다. 내가 만난 북측 인사들은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음을 아는 냉철한 사람들이었다. 북한을 제대로 동참시키려면 조약에 기반한 법적 효력이 있는 새로운 체제를 들고 나와야 한다. 결국 북한은 이 체제에 따라올 수밖에 없다.”



-대북 대화 관련 워싱턴의 분위기는 강경하지 않은가.



“내가 아는 워싱턴의 대북 당국자들은 강경파까지 모두 (대북 대화에 있어서) 현실주의자들이다. 부시 행정부와 다르다. 그들은 북한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게 현실임을 알고, 언젠가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대화를 어느 시점에 어떤 조건으로 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대북 대화 재개는 한국의 전략적 이해에도 부합한다.”



-남북 대화 시점은.



“이명박 대통령도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만큼 곧 레임덕이 오지 않겠나. 본인의 업적(legacy)를 남북관계의 큰 그림을 그리는 측면에서 남기고 싶어할 거다.”



-남북 정상회담 얘기인가.



“그렇다.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은 성사될 거라고 확신한다. 지역 정세가 급진적으로 바뀔 수 있다.”



-구체적인 대화 방법은.



“‘집게 전략’이다. 집게처럼 북한을 집었다 놓았다 하며 대화·압박을 함께 균형있게 운용해야 효과가 있다. 지금은 압박에 너무 무게가 쏠려있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어떻게 분석하나.



“분명히 사전에 치밀히 계획되었으며 상부에 의해 승인된 도발이다. 중요한 의문점은 북이 핵과 관련된 자신감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한 도발인지, 단순한 즉흥적 도발인지다. 후자라면 비슷한 도발이 잇따를 거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건 한국 정부가 국제 전문가를 모아 민·군합동조사단을 꾸린 방식이 현저히 잘못됐다는 점이다. 유엔과 같은 다국적 체제를 통해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정치적 긴장을 조성해 중·러가 정치적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 정권의 세습에 대해선.



“한·미는 북한의 정권 세습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정권은 제어력을 잃고 불안정해져 모두에게 어려운 길이 된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박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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