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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27> 세계소방관경기대회

중앙일보 2010.08.13 00:28 경제 14면 지면보기
‘세계소방관경기대회’를 아십니까. 각국 소방관이 한자리에 모여 힘과 기량을 겨루는 이색 행사입니다. 21일 대구시 두류동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개회식이 열립니다. 이어 9일간 75개 종목에서 경기가 치러집니다. 참가 선수는 전·현직 소방관과 그 가족 등으로 46개국 6000여 명입니다. 화마(火魔)와 싸우는 소방관들이 체력을 기르고 친목도 다지기 위해 2년마다 열고 있습니다. ‘소방관 올림픽’으로도 불립니다. 소방관경기대회의 모든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홍권삼 기자



82.8㎏ 호스 끌기, 마네킹 업고 뛰기 …‘소방관 올림픽’ 보러 대구에 오세요



20년 전 뉴질랜드서 시작 … 아시아권에선 두 번째




경북소방본부 소속 조동희 소방관이 2008년 8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 출전해 호스를 끌고 있다. ‘최강 소방관 경기’의 한 종목인 호스 끌기는 한 줄의 길이가 90m, 무게 41.4㎏인 호스 두 줄을 메고 달린다. [대구 세계소방관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세계소방관경기대회는 1990년 4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처음 열렸다. 17개국에서 3200여 명이 참가해 34종목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후 2년마다 대회가 열리고 있다. 개최지는 미국(92년·라스베이거스), 호주(94·퍼스), 캐나다(96·에드먼턴), 남아프리카공화국(98·더반), 프랑스(2000·망트), 뉴질랜드(2002·크라이스트처치), 영국(2004·셰필드), 홍콩(2006), 영국(2008·리버풀)이다. 2012년 대회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릴 예정이다.



소방관경기대회는 스포츠를 통한 국가 간 소방 정보교류와 소방관들의 친선 도모가 목적이다. 참가자격은 전·현직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 소방산업 종사자, 군 소방관, 소방관의 가족이다. 경기에서 우열을 가리기보다 축제의 성격이 강하다.



대회운영본부(WFG)는 호주 퍼스에 있다. 운영본부는 대회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의 신청을 받은 뒤 현장 실사를 통해 개최지를 결정한다. 축제 성격의 스포츠 행사여서 많은 도시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경기는 필수와 임의 종목으로 구성된다. 운영본부가 지정하는 37개 종목은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임의 종목은 개최지 조직위원회가 결정한다. 전체 종목은 60개 정도다. 대구 대회의 종목은 직전 대회인 영국 리버풀 대회(74종목)보다 많은 75개로 역대 대회 중 가장 많다.



한국은 1·3회 대회를 제외하고 매번 참가했다.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5회 대회 때 3종목에 7명이 참가해 금·은·동메달을 1개씩 따냈다. 리버풀 대회에는 22개 종목에 77명이 출전해 금메달 13, 은메달 19, 동메달 15개를 기록했다. 종목마다 연령별·체급별로 시상하기 때문에 메달 수가 많다. 메달 수상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소방방재청장 표창장을 받는다. 이번 행사는 국내에서 열리는 만큼 우리나라 소방관이 많이 등록했다. 전국 시·도의 소방관 4700여 명이 참가한다. 외국 선수는 영국·프랑스·독일·미국·일본·홍콩 등 45개국 1300여 명이다. 유럽 국가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고 천안함 침몰 사건에 따른 불안감으로 예상보다 줄었다.



‘최강 소방관 경기’에서 골프·낚시·바둑까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체력 경기 등 소방관의 직업적 특성을 반영한 종목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최강 소방관 경기’다. 이 경기는 4단계로 구성돼 있다. 10분 간격으로 단계별 경기를 치르며 소요 시간을 측정해 우승자를 가린다. 힘과 지구력·순발력이 필요한 경기다. 가장 힘든 종목이어서 ‘소방관경기대회의 꽃’으로 불린다. 경기는 C&우방랜드에서 열린다.



1단계는 호스 끌기다. 헬멧을 쓰고 방화복 상의를 입은 선수가 출발 신호와 함께 25m를 달려가 미리 준비된 두 줄의 소방호스를 어깨에 메고 80m를 끈다. 호스 한 줄은 지름 6.5㎝에 길이 90m로 무게가 41.4㎏다. 이어 길게 펼쳐져 있는 30m짜리 호스 두 개를 둥글게 말아 통에 넣으면 끝난다.



장애물 코스인 2단계는 7㎏의 해머를 들고 60㎝ 간격으로 설치된 판을 아래위로 50차례 친 뒤 좌우에 있는 25㎏짜리 모래통을 들고 뛴다. 이어 80㎏짜리 마네킹을 들쳐 업고 80m를 달린다. 그리고 높이 4m의 장애물을 로프를 이용해 넘어야 한다.



3단계는 타워 경기다. 길이 9m인 사다리(한 개 40.5㎏) 두 개를 들고 지정된 장소까지 뛴다. 그리고 한 개에 25㎏짜리 물건 두 개를 들고 경기장에 설치된 계단을 따라 타워에 오른다. 이곳에서 구조용 로프에 묶인 소방호스를 끌어올린다.



마지막인 계단 오르기는 우방타워 1층에서 계단으로 100m(30층 높이)를 뛰어올라가는 경기다. 헬멧·방화복 상의를 착용하고 공기호흡기를 목에 건 채 달린다. 가장 힘든 코스다. 두류동의 우방타워는 1992년 ㈜우방이 만든 것으로 탑신이 153m, 윗부분 철탑은 49m에 이른다. 대회 조직위는 일찌감치 이곳을 경기 장소로 점 찍었다.



최강 소방관 경기는 단계마다 5분가량 걸리기 때문에 길어야 5분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종목에는 227명이 등록했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의 여성 소방관 8명도 참가한다. 국내에선 119구조대원 32명이 도전장을 냈다. 국가별로 최강 소방관 경기를 준비하는 팀이 많다. 우리 선수는 아직 이 종목에서 입상한 적이 없다. 우승자는 역대 대회의 우승자 이름이 함께 새겨진 트로피를 받는다.



물통 릴레이·소방차 운전·수중 인명구조·계단 오르기 등도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경기다.



물통 릴레이는 5명이 물통이 달린 모자에 물을 담은 뒤 장애물을 통과해 큰 물통에 채우는 경기다. 물통을 날라 불을 끈 데서 유래한 종목이다. 코스를 따라 소방차를 운전하고, 수중 장애물을 뚫고 20㎏짜리 마네킹을 구조하는 경기도 있다.



하지만 테니스·낚시·당구·바둑·체스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종목도 적지 않다. 소방관과 가족이 참여해 친목을 다지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마라톤·탁구·테니스·볼링·태권도·유도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선수들은 참가비를 내고 등록하지만 관중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2272명의 자원봉사자가 통·번역, 경기 진행보조, 교통정리, 관광 안내 등 9개 분야에서 활동한다.



지하철 화재 참사 후 ‘안전 도시’ 이미지 심기 위해 유치



2003년 2월 18일 오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대구는 화재 참사의 도시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대구시는 이듬해 ‘대한민국 소방방재·안전엑스포’를 열었다. 세계의 소방 관련 업체가 참가해 각종 소방장비를 보여주는 국제박람회다. ‘안전’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한 행사였다. 안전테마파크 건립 계획도 세웠다. 지하철 화재 때 대피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세계소방관경기대회 유치작업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됐다. 대구시는 2005년 6월 유치작업에 나섰다. 이듬해 홍콩 대회를 참관한 뒤 호주의 대회운영본부에 유치 제안서를 제출했다. 실사단의 현장 조사를 거쳐 경쟁 도시인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호주의 골드코스트를 제치고 2007년 3월 개최지로 선정됐다. 실사단은 훌륭한 시설뿐 아니라 유치 의지에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대회기간 중 열리는 부대행사도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8일부터 3일간 아시아 소방기관장 회의가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는 아시아 22개국 300여 명의 소방기관장 등이 참석한다. 이들은 ‘세계 재난환경 변화와 소방의 역할’을 주제로 머리를 맞댄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20일 재난 대응 훈련과 화재와의 전쟁을 실례를 중심으로 기념 강연할 예정이다. 20∼23일에는 ‘2010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개최된다. 박람회에는 20여 개국 240여 소방 관련업체가 소방로봇·소화기·소방차·소방안전시스템·화재감지기·스프링클러 등 첨단 소방제품을 전시한다.



경제 효과 101억원 … 관광·전통문화 등 홍보 효과도 커





행사 참가자가 많다 보니 경제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 조직위는 대회의 생산 유발효과를 101억원으로 추산한다. 숙박업소의 투숙료와 식음료·관광·쇼핑 비용 등을 합친 금액이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 대구에 머무르는 인원을 하루 평균 2500∼3000명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참가자를 위해 호텔 객실 1300개를 확보해 둔 상태다. 국내 참가자들은 모텔이나 대구은행연수원 등을 이용하도록 했다.



대구시는 참가자를 위한 관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가 없는 날이면 가족과 함께 관광을 즐기는 소방관이 많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녹동서원·시민안전테마파크·동화사·방짜유기박물관 등 시티투어 7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 중구의 ‘골목투어’ 프로그램도 외국인에게 개방해 대구의 근대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도심 관광을 원하는 외국인을 위해 관광코스를 만들고 전용 버스도 지원한다.



불교문화권인 경주, 유교문화권인 안동·영주, 가야문화권인 고령·성주 지역을 관광하는 상품도 만들었다. 대구 동화사는 외국인 선수와 가족을 위해 1박2일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개회식 장소인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는 27일부터 3일간 ‘2010 대구국제 보디페인팅 페스티벌’이 열려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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