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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총장도 다 모르는 ‘난수표’ 대입 전형

중앙일보 2010.08.13 00:23 종합 34면 지면보기
대입(大入) 자율화의 여파로 전형방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입학요강 완전정복’이 대입 관문을 넘기 위한 ‘필수과목’이 된 지 오래다. 전형 수가 너무 많고 세부 전형방법도 제각각이다 보니 이를 속속들이 알아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실력 못지않게 정보력과 경제력이 대학 합격을 좌우하는 세상인 것이다. 올해 수시·정시모집의 전형 수는 대학당 평균 16개라고 한다. 전형 수가 20개가 넘는 대학도 40곳 가까이 된다. 총장도 해당 대학의 전형 방법을 다 모른다고 할 정도니 수험생·학부모의 고충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대입 전형 다양화는 성적으로 한 줄 세우기를 지양(止揚)하고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인재를 뽑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일선 고교가 진학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 컨설팅 사교육업체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업체가 300여 개에 이르고 시간당 컨설팅 비용이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입시 다양화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대학들이 먼저 해법 찾기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올해부터 대입에서 공통지원서 양식이 도입되는 것처럼 대학 간 과도한 전형방법 차이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학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축이 돼 사교육 업체에 맞설 수 있는 공공(公共) 상담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 파견교사 3명 등 고작 30여 명이 활동 중인 대교협 산하 대입상담콜센터부터 확대 개편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대교협이 지난 5일부터 4일간 코엑스에서 개최한 수시 대입정보박람회 같은 기회도 자주 마련돼야 한다. 교육방송(EBS)과 연계해 입시 상담용 고정 코너를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해볼 만하다. 개별 대학도 막대한 전형료 수입을 엉뚱한 데 쓸 게 아니라 입학처 직원부터 늘려 입시 상담 창구를 상설화하는 게 수험생에 대한 도리(道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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