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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왕좌왕하는 군 과 정부 … 국민은 불안하다

중앙일보 2010.08.13 00:22 종합 34면 지면보기
서해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한 도발 행위를 놓고 군(軍)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9일 포탄이 NLL 남쪽에 떨어졌다는 초병의 보고를 묵살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그러자 일각에서 지난 1월 국방 당국이 NLL 너머로 포탄이 떨어지면 즉각 응사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북한 포탄이 NLL을 넘은 사실을 애초 합참이 부인한 것은 공언을 지키지 못한 것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이 NLL을 넘어 도발을 했으면 마땅히 맞대응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자 청와대는 군의 언론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며 개선을 지시했다.



우리는 천안함 사건 당시 드러났던 군과 정부의 우왕좌왕(右往左往)하는 행태가 이번에도 그대로 재현됐다고 본다.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 군 당국이 보였던 지나친 비밀주의로 인한 혼란은 지금까지도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런 잘못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군은 물론이고, 정부 전체의 책임이다.



북한의 해안포 도발 사건에서 핵심은 과연 우리 군의 군사적 대응이 적절했느냐일 것이다. 이미 밝혔듯이 우리는 군의 대응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 북한의 도발에 매번 맞대응하는 것은 긴장 수위만 높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우리의 약점을 철저히 계산해 도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 대응 수위를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군 작전상의 문제일 것이다.



문제는 ‘사실(事實)’을 둘러싼 군 당국의 태도다. 서해상에서 벌인 우리 군의 합동훈련에 맞서 북한은 ‘물리적 대응타격’을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NLL 남쪽으로의 도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포탄이 NLL을 넘어 우리 해역에 떨어졌다는 초병의 관측 보고를 애당초 부인할 이유가 없었다. ‘포탄이 우리 해역에 떨어졌지만 직접적 피해가 없어 맞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히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면 북한의 ‘물리적 대응타격’은 공언(公言) 아닌 공언(空言)으로 끝날 수 있었다. 사건 직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서해 바다에서 물고기가 많이 죽었을 것”이라는 농담으로 북한을 조롱하고 넘어가지 않았는가.



결국 군 당국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을 애써 감추려다 재차 불신(不信)만 자초한 꼴이다. 천안함 사건의 충격과 혼란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면 군의 모든 행위가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천안함 사건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도록 방치한 책임을 정부도 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마치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군이 언론 대응을 잘못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안보는 1차적으로 군의 책임이지만 결국은 정부 전체가 총체적으로 책임질 문제다. 국민이 보기에는 군도 정부도 미덥지 못하다. 이러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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