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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사람 잡는 버스

중앙일보 2010.08.13 00:21 종합 35면 지면보기
사람은 값이 얼마나 나갈까. 인체의 70%가 물인 점을 고려하면 고작해야 몇천원 수준이란 우스개도 있다. 1976년 미 예일대 해럴드 모로위츠(생화학) 교수가 검증에 나섰다. 헤모글로빈·알부민·콜라겐 등 사람 몸 속 성분들을 세부적으로 나눠 가격을 따져보자 그램당 평균 245달러란 계산이 나왔다. 그러니 물 무게를 뺀 뒤 체중 76㎏인 남자의 가치를 구해보면 대략 600만 달러에 달한다는 거다. 모두가 너나 없이 ‘600만 불의 사나이(70년대 인기 TV 시리즈)’인 셈이다. 하지만 모로위츠 교수는 훗날 “인간은 한 명 한 명 값을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존재”라며 이런 분석이 부질없음을 자인했다.



섣불리 사람의 값을 매겼다가 혼쭐난 게 자동차 회사 포드다. 이른바 ‘핀토(Pinto) 메모’ 스캔들이다. 70년대 미국에서 제일 잘 나가던 소형차가 핀토였다. 다만 차체의 구조적 문제로 후면 추돌 사고 시 연료탱크가 쉽게 폭발하는 결함이 있었다. 그로 인한 사망자가 수백 명, 화상자는 그 이상이란 보도가 이어졌다. 81년 일부 피해자 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게 바로 포드 측의 비용편익분석 문건이었다.



포드는 연료탱크 폭발로 사망자가 180명, 화상자도 180명쯤 나온다고 추산한 뒤 각각 한 사람당 20만 달러, 6만7000달러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다 차량 피해까지 합할 경우 사고 수습에 들어갈 돈은 총 4950만 달러. 반면 출고되는 차 전체에 안전장치를 다는 비용은 1억3750만 달러로 집계했다. 따라서 사고 방지 비용이 이익보다 크다는 결론 아래 수수방관했다는 것이다. 폭발 위험을 미리 알았던 점, 그런데도 사람 값을 차 고치는 비용보다 싸게 보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때문에 포드는 극심한 비난에 시달렸다. 결국 엄청난 배상금을 물고 차량 구조를 전면 개선했지만 인명(人命)을 경시했단 오명은 두고두고 남았다.



느닷없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폭발로 인명 피해의 위험성이 드러났다. 뒤늦게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지만 섭섭하고 분한 마음이 쉬이 풀릴 것 같지 않다. ‘달리는 폭탄’이 될 수 있음을 알고도 방치했던 정부나, 더 비싼 가스통과 보호막 장착을 기피했던 업체들이나 다들 사람 목숨을 너무 헐값으로 여겼던 건 아닌가.



신예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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