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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윤리강령, 성희롱 관련은 한줄도 없어”

중앙일보 2010.08.13 00:18 종합 3면 지면보기
“성희롱이나 성희롱 발언을 하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 성희롱 전력자는 공천을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 ‘정치인 성희롱 발언’ 토론회

12일 서울 영등포동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정치인 성희롱 발언,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화여대 조현옥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정치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공천”이라며 “공천을 성희롱과 연계시키면 부적절한 언행은 90% 이상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여성민우회·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 대표들과 각 정당의 여성위원장들이 참석했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과 이강수 고창군수의 성희롱 발언 등 잇따른 파문이 계기가 됐다.



12일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선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정치인 성희롱 발언,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조현옥 이화여대 교수(맨 왼쪽), 유승희 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소장(왼쪽 셋째),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장(오른쪽 넷째) 등 학계와 여성계·정치계 여성들이 모여 정치인 성희롱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참가자들은 정치인들의 성희롱과 성희롱 발언에 대한 명확한 윤리 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자유선진당 황인자 최고위원은 “국회의원의 성희롱과 관련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며 “선거법만 해도 ‘선거 때 김밥은 돌려도 되고 라면은 안 된다’는 조항이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데, 성희롱에 대해서는 국회윤리강령·규범에도 한 줄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국회의장 및 모든 의원이 참여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구호보다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 교수가 제시한 공천과 성희롱 전력의 연계가 대표적이다. 민주노동당 이영선 여성위원장은 “선거 공보물에 ‘당선된 후에라도 성폭력·성희롱(발언) 등을 저지를 경우에는 의원직을 사퇴하겠습니다’라는 약속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희롱을 하면 절대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민참여당 전영주 여성위원장은 “표에 도움이 된다면, 과거 전력이야 어떻든 공천을 주고 복당시키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며 “정치인에 대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법을 개정해 각 정당 여성위원장과 여성단체 협의체를 만들어 성희롱에 강력히 대처할 것을 제안했다.



유승희 민주당 리더십센터 소장은 “성희롱이나 성희롱 발언의 문제는 단순히 정치인의 품위 문제가 아니다. 인권 문제다. 그래서 처벌이 필요하다”며 “우리 당이지만 이강수 고창군수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강용석 의원이 의원직은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여성민우회 권미혁 상임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는 “선거 전과 선거 후가 이렇게 다를 수 있느냐”며 한나라당의 달라진 태도를 지적했다.



한편 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0일 국회 윤리특위의 정갑윤 위원장을 만나 강 의원 징계안을 책임 있게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윤상 소장은 “정 위원장이 법과 관례대로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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