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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너도나도 새마을운동 ‘첫 마을’이라는데 …

중앙일보 2010.08.13 00:14 Week& 4면 지면보기
손민호 기자
한동안 뜸하더니 요새 부쩍 자주 보이는 단어가 있다. 새마을운동. 요즘 세대도 알는지 모르겠지만, 40대 이상에는 차라리 귀에 인이 박힌 말이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행진곡풍의 멜로디를, 오늘의 40대는 아침마다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시험에 새마을운동의 3대 정신을 묻는 문제가 있었을까.



올해가 새마을운동 40주년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 4월 22일 제창한 데서 기인한다. 그 개척정신을 이어받자는 움직임이 요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 모두 일어나 새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니 당연히 환영이다. 다만 새마을운동과 관련해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을 따름이다.



경북 청도에 가면 새마을운동 발상지 마을이 있다. 신도마을이란 작은 산촌인데, 이 두메가 새마을운동 발상지가 된 데는 극적인 사연이 있다. 1969년 태풍 사라호가 한반도, 특히 영남지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때 얘기다. 박정희 대통령은 그해 8월 4일 전용열차를 타고 수해지역 시찰에 나선다. 경상도로 진입한 대통령 전용열차가 어느 산골을 스쳐 지나가자, 시름 어린 눈으로 창 밖을 바라보던 대통령이 갑자기 열차를 세웠다. 그리고 후진을 명령했다. 열차는 뒤로 달려 막 지나친 마을 입구에 멈춰 섰다.



철길 바로 아래에선 마을 주민이 무너진 제방을 쌓아 길을 내고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열심이었고, 쉰 가구도 채 안 되는 농가엔 초가 대신 기와가 얹혀져 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산은 민둥산이 허다했는데, 마을을 둘러싼 산은 밤나무로 푸르렀다. 훗날 박 대통령이 작사한 것으로 알려진 새마을운동 노래에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 만들어’. 바로 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던 것이다. 이게 여태까지 알려진 새마을운동의 기원이다. 신도마을은 지난해 4월 14일 첨단 전시시설을 완비한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까지 개관했다.



하나 우리나라엔 새마을운동 발상지라고 주장하는 마을이 하나 더 있다. 경북 포항에 있는 문성리라는 마을이다. 문성마을도 새마을운동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새마을운동 출범 이듬해인 1971년 9월, 박 대통령이 전국 시·도 지사 등을 대동해 문성마을까지 내려와 “문성동과 같은 새마을을 만들어라”라는 유지를 내린 일이 있다.



판정하자면 문성마을은 새마을운동의 첫 성공 사례다. 국어사전이 정의하는 발상지, 즉 역사상 큰 사업이 처음 일어난 땅은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포항시는 아직도 문성마을이 발상지라며 나름의 근거를 또박또박 대고 있다. 두 마을은 지난해 발상지 타이틀을 놓고 소송까지 벌였다. 결과는 신도마을의 승리였다. 하나 인터넷에선 여전히 두 개의 새마을운동 발상지가 검색된다. 새마을운동 발상지가 해장국집도 아니고, 원조 논란이 영 뜬금없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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