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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은 금리 동결

중앙일보 2010.08.13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일단 쉬어 가기로 했다. 예상대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했다. 애초에는 이왕 달린 김에 속도를 더 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신호가 감지됐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미국·중국)로부터다. 아직 세계 경제가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신호다.


출구 쪽 깜빡이 켜둔 채 한 박자 쉬어가기

미국은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경기회복 속도가 늦어진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에서는 물가 불안이 심상찮다. 금통위도 이날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주요국 경기의 변동성 확대가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리를 묶어 둔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이달에도 지표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를 올릴 만도 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7.2%에 달했다. 내수와 수출 모두 고공행진을 한 쌍끌이 성장이다. 민간소비는 3.7%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29%나 늘었다. 수출도 7월에 29.6%나 뛰었다.



경기가 상승 곡선을 그리자 물가가 들썩거릴 조짐이다.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로 2.6% 상승에 그쳤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이미 전기·도시가스 같은 공공요금이 올랐다.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와 미국의 이란 제재 등으로 곡물·원유 같은 국제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다. 경기는 상승세고 물가상승 압력이 크다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정상이다. 지난달에 1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도 이런 논리에서였다.



그런데 지난 한 달간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해외에서 튀어 나왔다.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기대보다 늦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도 물가불안과 성장세 둔화가 겹쳤다. 한국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해진 이유다.



그렇다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계속 묶어 둘 생각은 없어 보인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한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총재도 “물가안정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출구 쪽을 향한 깜빡이는 계속 켜둔 것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되고, 국내에서 물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금통위는 이르면 다음달에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연말까지는 최소 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연말에 2.75% 안팎이 된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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