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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기 불안 … 엔화 15년 만에 최고치

중앙일보 2010.08.13 00:00 경제 7면 지면보기
이번엔 미국이 진원지가 됐다. “경기 회복이 느려지고 있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고백이 나오자 세계 금융시장이 ‘경기 쇼크’로 몸살을 앓았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요동을 쳤다. 경기가 다시 침체할 것이란 우려에 유가는 급락했다. 미국 경기 불안에 달러 값이 급락하는 바람에 일본 엔화는 15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투자자가 너도나도 안전자산 사재기에 나서면서 미국 국채 가격은 연일 치솟고 있다.





10일(현지시간) Fed 성명이 나왔을 때만 해도 비교적 차분했던 미국 증시는 11일 개장하자마자 공포에 짓눌렸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6월 미국 무역적자가 499억 달러로 전달보다 18.8%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는 2008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치다. 수입은 늘어난 반면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대했던 대유럽·중국 수출이 위축됐다. 여기다 지난달 중국 산업생산과 투자 증가율이 부진했다는 소식도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미국 수출이 앞으로도 늘어날 가망이 별로 없지 않느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자연히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6.1%)를 비롯해 보잉(-4.4%)·캐터필라(-3.8%) 등 세계 경기에 민감한 종목들의 낙폭이 컸다. 시장에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변동성(VIX)지수는 전날보다 13% 급등했다. 경기와 함께 움직이는 국제유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뉴역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2.23달러(2.8%) 오른 배럴당 78.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경기 쇼크의 불똥은 일본 엔화로도 튀었다. 미국과 유럽 경기가 지지부진하자 달러와 유로 값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엔화 값이 급등했다. 11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한때 달러당 84.73엔을 기록하며 1995년 7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이 뛰어올랐다. 글로벌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몰리면서 일본과 미국 국채 값도 급등(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12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0.98%를 기록하며 2003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월가에선 Fed가 더 늦기 전에 추가 경기부양책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미적거리다가 실기(失機)하면 시장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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