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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그으른(?) 피부

중앙일보 2010.08.13 00:00 경제 15면 지면보기
구릿빛 피부는 여름휴가를 신나게 보냈다는 징표와도 같다. 산·바다·강 등 야외에서 여름을 즐기다 보면 피부가 그을리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햇빛이나 불, 연기 따위를 오래 쬐어 검게 되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검게 그으른 얼굴”에서와 같이 ‘그으르다’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그을다’가 원형이며, 이의 피동사는 ‘그을리다’다. 따라서 ‘검게 그은 얼굴 ’ 또는 ‘검게 그을린 얼굴’이라고 해야 한다.



‘그을다’를 과거형으로 표현할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모자를 안 썼더니 얼굴이 그을렀다”와 같이 ‘그을렀다’라고 쓰기 쉽지만 ‘그을다’의 어간 ‘그을-’에 과거를 나타내는 어미 ‘-었-’을 붙여 ‘그을었다’라고 해야 한다.



‘그을다’에 ‘-은’을 연결시키면 어떻게 될까. ‘그을+은’ 형태로 ‘그을은’이 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이 경우 ‘ㄹ’이 탈락해 ‘그은’이 되므로 “시꺼멓게 그은 팔”과 같이 써야 한다.



‘그을리다’는 피동사(까맣게 그을린 농부들)와 사동사(피부를 너무 그을리지 마라) 양쪽으로 쓰인다. ‘그을리다’의 과거형은 ‘그을렀다’가 아니라 ‘그을렸다’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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