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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교육, ‘전문성’ 옷 입다

중앙일보 2010.08.08 23:01



자녀를 위해 ‘제대로’ 공부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딴 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독서계획을 짜고, 자기주도학습 지도과정을 배워 자녀의 성적을 끌어올린다. 전업주부가 전문 교육자격증을 이수해 취업까지 연계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자녀의 학습능력향상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내 아이 위해 공부했죠
이제는 어엿한 ‘선생님’이랍니다



전문과정 공부해 자녀교육·취업 모두 성공



#1. 박세연(경기 문산동초 5)양은 지난 1학기 기말고사에서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엄마 이연중(39·경기도 파주시)씨와 함께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씨는 박양의 공부방향을 제대로 잡아주기 위해 올해 초 사설업체의 자기주도학습지도사 과정을 수료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엄마표 공부법으로는 초등고학년으로 접어든 딸의 성적을 올리는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수업시간에 배운 전문적 이론을 딸에게 적용하자 높은 성과가 나타났다. 자신감을 얻은 이씨는 이를 바탕으로 외부 강의에 도전했다. 그 결과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맡은 것은 물론, 올 7월부터는 강남 지역에 위치한 중학교에서 방과후 교사를 선발하는 모집에 합격해 ‘방학 중 자기주도학습법’을 강의하고 있다.



#2. 안애리(36·인천 부평구)씨는 2년 전 자녀의 독서교육을 위해 독서지도사 과정을 이수했다. 이때 배운 내용을 활용해 현재까지 인터넷상에서 초등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독서계획을 상담해주는 ‘학습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상담을 하다보니 교육 전반과 관련된 다른 분야에도 욕심이 생겨 최근엔 자기주도학습지도사·유아수학지도사 과정까지 모두 이수했다.



지난해부터 집에서 운영하는 작은 글쓰기 공부방은 매일 학생들로 가득하다. 얼마전엔 초등학교에서도 강의를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 안씨는 “이런 경력을 학교에 공개하거나 이력서를 낸 적은 없었다”며 “딸의 독서록을 검토하던 담임교사가 구성과 내용이 좋다며 방학 중 특강을 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고 말했다. 그가 준비한 강의계획안이 심사를 통과해 지난 7월말 학교에서도 수업을 진행했다.

 

#3. 4살배기 딸을 둔 김정하(31·서울 구로구)씨는 초등수학지도사 과정을 이수한 뒤 취업과 자녀양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한 유치원이 매주 2회씩 진행하는 ‘셈놀이’ 수업 강의를 맡은 덕분이다.



결혼전 취득한 유치원 교사 자격증이 있었지만 김씨는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다. “딸이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라 야근이 잦은 유치원 정교사로 돌아갈 순 없었어요. 지금은 주 2회 1시간씩 하는 수업만 마치면 나머지 시간은 모두 윤서와 함께 보낼 수 있어 만족스러워요.” 딸의 학습능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적 시각을 갖게 된 것도 변화다. 김씨는 윤서가 6세가 되기 전에는 수학 수업을 따로 하지 않을 예정이다. 윤서 또래 나이에선 자유롭게 뛰어놀며 정서감각을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는 사실을 실제 현장의 아이들을 직접 보며 느꼈기 때문이다. 김씨는 “시간당 금액으로 따지면 강사료도 적지 않은 편”이라며 “경력을 쌓아 몇 년 뒤엔 홈스쿨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학 평생교육원 등 공신력 있는 업체 선택해야



이들은 엄마가 공부하는 것이 자녀의 성적향상은 물론, 올바른 학습방향을 설정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무턱대고 엄마표학습을 할 때보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해 자녀를 가르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강의를 듣기 전 6개월간 딸과 함께 ‘엄마표 자기주도학습’을 했지만 효과는 지지부진했다”며 “강의를 들으며 그간 아이와 진행했던 공부방식이 수동적 학습방식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씨도 “수업을 듣기 전엔 조금이라도 딸이 또래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늘 전전긍긍했다”며 “공부를 할수록 아이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여유가 생기고 그 나이에 맞는 엄마의 반응을 잘 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공부한 내용을 취업과 연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각 초중학교마다 개설된 다양한 방과후학교나 유치원의 특강수업, 홈스쿨이나 공부방 등 배운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려 있다. 시간당 급여도 약 3만 5000원 선으로 적지않다. 안씨를 강사로 초빙한 인천 대정초 신나경 교사는 “지난 5월부터 방과후학교의 강사로 본교에 자녀를 보내는 어머니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며 “일반 외부강사보다 아이들을 훨씬 잘 이해하고 강의수준도 기대이상이라 앞으로도 꾸준히 엄마강사들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초중고의 방과후학교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방과후학교 운영계획’상 강사 지원자격은 ‘고교졸업 이상의 학력자 중 학교장이 전문성을 인정하는 자’로 넓게 열려있다”며 “각 학교운영위원회의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으면 누구나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격증은 필수요건이 아니라 참고자료로 검토된다. 한강중 노희방 교감은 “강사를 선발할 때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살펴보는 것은 충분한 강사경력과 경험 여부”라며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급한 자격증도 좋은 증거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학원 등에서 개설하고 있는 다양한 지도사 강좌를 선택하기 전에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씨는 “일부 지도사 과정은 인증되지 않은 기관이 고액의 비용을 요구하고 강좌의 전문성도 떨어져 효과도 미비한 경우가 종종 있다”며 “대학내에 속해있는 평생교육원 강좌나 성공적으로 취업한 선배 강사의 사례를 참고해 검증된 강좌를 듣는 것이 제일 안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설명]안애리씨는 지난 7월 2회에 걸쳐 인천 대정초에서 방학특강수업을 진행했다. 사진은 23일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독서수업장면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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