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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우리 동네’, 특별한 커피집

중앙일보 2010.08.08 20:24 종합 29면 지면보기
수원 아주대 근처 골목길에는 아주 특별한 커피집이 하나 있다. 얼마 전 이곳의 ‘사장님’에게 강연을 하나 의뢰했다. 청중은 전국에서 모인 의대생 50여 명. 해마다 열리는 ‘자원봉사 체험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었다. 닷새 동안 낮에는 중증장애아동이나 소외된 어르신들을 위해 노력봉사를 하고 밤에는 자원봉사 관련 교육을 받는 캠프인데, 커피집 사장님을 연사로 모신 이유는 뭘까. 게다가 이분의 강연이 10여 개의 강연 중에서 최고 평점을 받은 이유는 또 뭘까.



그의 이름은 안병은. 정신과 전문의다. 그리고 ‘우리 동네’라는 작은 회사의 대표다. 그 회사는 커피전문점과 세탁소와 학원을 운영한다. 과거에는 편의점과 운동화 빨래방 사업에도 손을 댔었다. ‘우리 동네 커피집’은 현재 세 곳이 있고,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그는 환자 진료도 ‘가끔’ 한다. 여러 병원을 돌면서 주로 주말에 하는 ‘아르바이트’다.



‘우리 동네’는 노동부 인증 사회적 기업이다. 정신질환자도 일반인처럼 합리적인 임금을 받고 일을 하고, 개인 공간에서 생활하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대신, 그럴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보여주자’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당연히 이 회사 직원의 상당수는 정신질환자다.



뜻은 좋은데 이 회사, 잘 굴러갈까?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운영이 된다. 다소 ‘문어발식’으로 보이는 업종 선택에도 이유가 있다. 정신질환자들이 약간의 기술을 배워 일할 수 있는 업종들을 골랐고, 학원은 경미한 정신질환을 가진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었다. 증상이 심하지는 않아 일반 학교에 다니지만, 방과 후에 다닐 마땅한 학원이 없는 아이들이 대상이다. 이들의 가장 큰 소원이 ‘우리도 학원 다니고 싶어요’인 것을 알게 되어 최근에 또 ‘저질렀다’.



커피집이나 세탁소 모두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다. 정부가 약간의 지원을 하지만, 경쟁력 없이 온정만 바라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는 ‘장애를 핑계로 구걸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한다. 국내 유명 커피전문점은 거의 모두 돌아봤고, 잘되는 카페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일본 출장도 여러 번 다녀왔다. 커피맛은 물론이고 인테리어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나도 몇 번 가봤는데, ‘우리 동네’의 커피는 꽤 훌륭하다. 이 커피집의 ‘사연’을 아는 손님보다 모르는 손님이 더 많다.



요즘엔 프랜차이즈 가게를 내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브랜드 사용이나 노하우 전수 등을 이유로 비용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대신 반드시 요구하는 조건이 있다. ‘정신질환자를 최소 1~2명 채용할 것’이다.



학생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선배 의사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리고 다음 한마디에 특히 큰 감명을 받았다. “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정찰병’ 같은 존재다. 최대한 먼 곳까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임무를 마친 후, 당연히 추락할 것임을 안다. 나는 추락하겠지만, 나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멀리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재영 '청년의사' 편집주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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