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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접근 못하고, 중국은 자료 공개 안 해

중앙선데이 2010.08.08 02:46 178호 20면 지면보기
2005년 중·일 학자들이 북한 쪽 백두산 정상부의 백색 부석층을 조사하고 있다. [윤성효 교수 제공]
6월 16일 기상청은 ‘백두산 화산 위기와 대응 세미나’를 열었다. 2014년께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것인지, 그럴 경우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를 들었다. 기상청의 이덕기 지진정책과장은 “폭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화산 종합대응 대책’ 마련을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고 했다. 이어 6월 28일 외교통상부에서 또 ‘백두산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는 외교부·기상청 등 관련 부처 직원과 전문가. 역시 백두산 화산 현황과 폭발 대책이 논의됐다.

백두산 화산 연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4~5년 내 폭발설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7월 29일, 한 학술재단은 백두산 전문가 비공식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를 준비한 관계자는 “백두산 화산 폭발설과 관련해 학문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학계는 백두산 폭발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도대체 백두산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7월 회의에서 발표된 ‘화산 대책’ 관련 자료를 살펴봤다. 백두산의 상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발표자인 이윤수 박사는 “의사가 처방을 하려면 환자의 몸 상태를 알아야 하는데 환자를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인 셈”이라고 했다.

일본도 애를 먹고 있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면 일본은 직격탄을 맞는다. 편서풍을 타고 뜨거운 화산재가 날아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900년대 백두산 폭발 때 그랬다. 열심히 연구하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일본 도호쿠대 구리타니 교수에게 e-메일로 ‘백두산이 언제 폭발할 것 같은가’를 묻자 “잘 모르겠다”며 “홋카이도대 나카가와 교수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나카가와 교수는 “도호쿠대 다니구치 교수가 가장 최근까지 백두산을 연구했다”고 공을 넘겼다. 다니구치 교수는 “미안하다. 북한의 핵실험, 일본인 납치 문제 같은 정치적 상황 때문에 2008년 연구가 중단됐다”고 e-메일로 답했다. 그는 도호쿠대 산하 동북아시아연구센터에서 1999년부터 백두산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축적해 온 백두산 대가. 그런 그에게도 최근 자료가 없었다.

폭발하면 직격탄을 맞을 북한 처지는 더 불쌍하다. 북한은 2007년 남측에 “도와 달라”며 백두산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없던 일로 됐다. 연구자들은 ‘북한에 제대로 된 지진계조차 없어 연구 성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요컨대 남북, 일본 모두 백두산 화산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중국의 비밀주의 때문이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까지는 그런대로 자료를 공개했다. 화산성 지진 발생 빈도, 지하 마그마의 변화 양상, 온천수의 성분 변화 등 백두산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그런데 이후 뚝 끊어졌다.

한국 연구자들 사이에선 ‘중국이 한국에 정보를 주려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연세대 홍태경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중국 학자들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건 관측 자료가 정부 소유라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며 “간혹 흘러나오는 것도 원자료가 아니라 가공된 것이어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윤수 박사는 “중국의 백두산 연구자들이 허가없이 자료를 제공하면 견책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현지 조사도 안 된다. 연구 목적으로 백두산에 가려면 중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공동 연구도 어렵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00년 양국 공동 연구를 추진했지만 진전이 없다. 경상대 손영관 교수는 “중국 정부나 학자 모두 백두산 연구에서 외국의 협력이나 도움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중국이 한국과의 백두산 연구를 꺼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윤수 박사는 “한국이 관여하면 ‘장백산’ 대신 ‘백두산’이라는 단어를 쓰려 할 테니 중국 정부가 좋아할 리 없다”고 했다. 손 교수는 “중국보다 북한과 공동 연구가 성사될 가능성이 더 크다”며 “그러려면 남북 관계가 호전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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