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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뿌린 낫토와 고슬고슬한 쌀밥, 짭쪼름한 ‘비타민’

중앙선데이 2010.08.08 02:30 178호 4면 지면보기
일본의 무더위를 경험한 사람들은 안다. 왜 한여름 일본 방문을 꺼리는지. 삼복더위야 계절상 여름이니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땀에 젖은 옷이 채 마를 겨를도 안 주는 습기는 당해 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바라키(茨城) 일정 내내 악명 높은 습기로 몸과 마음이 지친 허영만 화백이 담당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이런 날 이열치열 삼계탕이나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콩국수, 아니면 냉면 한 그릇이면 만사형통일 텐데”라며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 한마디로 원기회복용 음식을 기대한다는 주문인데, 장어 외에 뚜렷한 복땜 음식이 드문 일본의 현실 탓인지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직원이 고민 끝에 기지를 발휘한다. 추천할 보양식이 없으니 건강식인 낫토(納豆)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가다 - 이바라키 두 번째 이야기: 콩으로 만든 영양의 보고, 낫토

”장복하면 의사 필요 없다” 속담도
낫토는 흔한 음식이지만 ‘이바라키 낫토’는 고유명사처럼 통할 정도로 유명세가 높아 동기 부여가 된다며 허 화백이 좋아한다. 이 지역 낫토가 유명해진 이유는 콩과 물의 우수성과 더불어 114년 전통의 매화 축제를 방문하는 도쿄 사람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한적한 풍경이 좌우로 펼쳐진 좁은 국도를 따라 이동하니 니시노(西野)씨가 소박한 농가를 배경으로 일행을 맞는다. 재연과 시식을 위해 섭외한 지역 토박이다.

바쁜 시간에 귀찮은 부탁을 했다며 허 화백이 예의를 갖추자 “낫토 제조는 일상”이라며 푸근한 할머니 미소로 일행을 안심시킨다. 그녀가 소개하는 낫토 만드는 과정은 예상보다 간단하다. 먼저 찬물에 하룻밤 불린 콩을 약한 불에 7시간 삶는다. 이어 물기를 빼고 낫토균 배양을 위해 먹다 남은 낫토나 시판 낫토를 보충하면 준비과정이 끝난다. 이후 볏짚 안에 삶은 콩을 적당량 넣은 후 그 위로 다시 볏짚을 채워 묶으면 마무리되는데 그 모양이 마치 볏짚으로 만든 달걀 꾸러미 같아 친근하다. 마지막으로 스치로폼 박스에 볏짚을 차곡차곡 쌓으면 작업이 끝을 맺는다. 이때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이 담긴 페트병을 박스 위아래에 넣는 것이 핵심이다. 발효에 온도와 수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제 낫토는 발효 3일째부터 밥상에서 만날 수 있다. 매일 먹기 위해서는 자주 작업해야 하므로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니다. 몸은 힘들어도 가족들 건강을 위해 묵묵히 만들었다는 니시노씨의 회상에 코끝이 찡해진 허 화백이 어머니 생각이 난다며 먼 곳을 응시한다. 낫토를 먹는 대중적인 방법은 간장을 낫토에 뿌리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밥에 얹어 먹는 것이다. 잘게 썬 파를 곁들여도 좋다. 엿가락처럼 끈끈하게 늘어지는 줄은 낫토의 생명인 뮤신(musin)질로 산마와 동일한 성분이라고 하니 효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외에도 동맥경화 예방, 혈액순환, 암 억제, 피부노화 방지, 골다공증 예방, 변비 개선 등 수많은 효능이 보고되고 있어 종합영양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심히 낫토를 돌린 허 화백이 냇가의 조약돌처럼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고슬고슬한 흰 쌀밥 위에 낫토를 얹고 한입 넣는다. 콩의 고소함과 간장의 짭조름함, 그리고 밥의 단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먹물이 스며드는 한지처럼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이 키운 건강한 콩과 어머니의 정성이 담겼으니 밥 한 공기 뚝딱 비우는 허 화백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낫토는 맛과 함께 효능이 중요한데 75세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니시노씨의 해맑은 인상이 이를 증명한다. 그녀 가족들의 경우 잔병치레가 거의 없고 여름도 별탈 없이 넘긴다고 하니 ‘낫토를 자주 먹으면 의사도 필요 없다’는 속담이 빈말은 아닌 것이다. 끈적끈적한 줄만큼이나 질긴 생명력으로 식탁 한자리를 차지하며 일본의 장수국가 이미지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 음식이 낫토가 아닐까 싶다.

낫토는 냉장보관해도 일주일이 한계
낫토는 스님들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절의 부엌인 낫쇼(納所)가 이름의 유래라고 한다. 11세기 들어 전쟁으로 식량 부족의 고통을 겪던 사람들이 낫토를 만들어 먹었다는 의견도 주목을 끈다. 한편 낫토는 관동지방의 음식으로 관서지방에서는 1980년대 들어서야 대중화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근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낫토는 정부 인증 낫토균만 사용해 품질이 균일하지만 냉장보관 시 일주일을 넘겨도 식용이 가능하다면 방부제를 의심해야 한다. 낫토의 질은 끈적끈적한 줄의 양과 강도를 보면 판단이 가능한데 양이 많고 질길수록 맛과 영양이 높다는 의미다.

일본의 낫토와 우리의 청국장은 늘 비교 대상으로 일단 찌개로 대표되는 청국장과 달리 낫토는 튀김, 떡, 스파게티, 만두, 아이스크림, 과자, 캔디 등 다양한 종류에 응용되어 대중에게 폭넓은 선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둘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비슷한 듯 다른 점이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버겁다.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 클레어(Clair)와 한진관광 후원으로 2년간 일본 각지를 방문해 다양한 요리와 문화를 경험하고 그 체험을 독자들과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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