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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계급적 동물, 주인이 약해 보이면 오히려 주인 행세”

중앙선데이 2010.08.08 00:11 178호 12면 지면보기
강형욱 훈련사가 강아지를 한 마리 데리고 나와 훈련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교감하는 산책이 가장 좋은 훈련법이라고 추천했다. 신동연 기자
강형욱(26)씨는 강아지 훈련사다. 그는 매주 일요일 해질 무렵,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중앙공원 황새울광장의 바닥에서 강아지 흉내를 낸다. 지난달 25일에도 강씨는 황새울광장에 있었다. 짧은 머리에 그을린 피부, 반바지에 흰색 반팔 티셔츠 차림의 강씨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기고 있었다. 간간이 강아지처럼 ‘멍멍’ 소리를 냈다. 푸들·웰시코기·비글·시추·슈나우저·스피츠·몰티즈 같은 다양한 종류의 강아지 30여 마리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아지들 뒤에는 강아지 주인과 주민 5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강씨는 이날도 다른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강아지 훈련법 강의를 하고 있었다. 공원에서 하는 만큼 수강료는 없다. 강아지 훈련센터 비용은 보통 한 달에 40만~50만원 정도다. 강씨는 “제가 원래 동작이 커요. 사람들이 잘 알아듣게 설명하려다 보니 강아지 흉내를 많이 내죠”라고 말했다.

분당 중앙공원서 ‘강아지 훈련교실’ 여는 강형욱씨

강의는 오후 7시 좌우로 길게 줄지어 앉은 강아지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일이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인사를 마친 그는 “저는 강아지 훈련사입니다. 저는 수리공이 아닙니다. 저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은 강아지를 고치려고 해요. 저한테 와서 ‘우리 강아지 짖는 것만 고쳐 주세요, 우는 것만 고쳐 주세요’라고 하죠. 이건 아닙니다. 강아지는 고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하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교육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 것입니다”고 말했다. 강의가 시작되자 장난기 가득했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한번 리더로 인정하면 끝까지 복종
강씨는 먼저 대부분의 강아지 주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강아지를 교육하는 원리는 아주 간단해요. 주인이 변해야 합니다. 강아지의 시각으로 봐야 해요. 인간의 눈으로 강아지를 대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라며 한 가지 예를 들었다. “당신이 정글에서 낙오됐어요. 정글에 사는 고릴라가 구해 줘 극적으로 살게 됐죠. 그런데 당신을 구해 준 고릴라가 당신을 너무 아끼는 거예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다람쥐를 잡아다 주고 편하게 쉬라고 높은 나무 위에 매달아 놓았죠. 어떠세요. 행복하세요? 고릴라는 행복하겠지만 당신은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사람이니까요.”

그는 사람들이 ‘이 강아지는 사람을 물어서, 대소변 못 가려서 문제다’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아지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를 그렇게 만든 사람과 환경이 문제라며 강아지를 사람으로 만들려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강아지도 사람도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훈련교실에 참가한 사람들이 강형욱 훈련사가 강아지 다루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그렇다면 강아지에게 어떻게 사랑을 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람과 다른 강아지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했다. 강아지는 왕족·귀족·백성 등으로 계급이 나뉘어 절대적인 계급사회에서 산다는 것이다.

“강아지는 절대 리더를 배신하진 않아요. 대신 만약 대장이 자기 역할을 못 하면 자기가 대장을 하려는 것이 특징이죠. 주인은 내가 리더라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해 줘야 해요.” 그래서 ‘이거 먹을래? 저거 먹을래?’라고 묻는 거보다 ‘이거 먹어! 싫어? 그럼 먹지 마’라고 접근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선택권을 주기보단 명확하게 지시하는 리더십을 보이라는 것이다.

또 가슴줄보다는 목줄을 쓰라고 강조했다. 가슴줄을 하면 주인을 끌고 다니게 돼 강아지가 리더가 되려고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목줄을 써서 주인이 리더라는 것을 알게 하라고 말했다.

강의 중간중간 목줄이 풀어진 강아지가 훈련사에게 달려드는가 하면 한 마리가 ‘멍멍’ 하며 짖으면 나머지 강아지들도 ‘왈왈, 컹컹’ 하며 함께 짖어 훈련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강아지 훈련에 임하는 마음 자세에 대한 얘기를 마친 강씨는 강아지별로 문제점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해 줬다.

“강아지가 너무 활발해 문제이신 분?” 강씨가 크게 외치자 한 부부가 손을 들었다. 부부의 강아지는 5개월 된 웰시코기 종으로 이름은 피넛이었다. 남편 테리 우(31)씨는 강아지가 너무 활발해 고민이라고 했다. ‘피넛’을 앞으로 데리고 나온 강씨는 목줄을 당겼다 놨다 하며 기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활발한 강아지한테는 내가 대장이란 걸 가르쳐야 해요. 소리 지르고 밥 안 주는 방법은 아 니에요. 그렇게 벌을 주면 안 돼요. 잘못을 했을 때 그 순간 지적만 하는 거예요. ‘나는 너보다 높아’라는 것을 각인할 수 있게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는 강아지에게 주인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선 침착해야 한다고 했다. 주인이 긴장하면 상대의 에너지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강아지는 ‘지금 우리 주인이 불안해하는구나’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주인이 카리스마가 없다는 것을 알아챈 강아지는 다른 주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인이 돼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나워지고 짖게 된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었다.

한 시간에 걸친 훈련이 끝나자 사람들은 강씨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개별 상담을 받기 위해서다. 한 마리씩 강아지를 어루만지며 상담을 다 마치자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훈련교실 운영하며 아내와 만나
강씨는 2년째 매주 일요일 오후를 이렇게 보내고 있다. 강아지 훈련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주 어릴 때부터 강아지들과 함께 지냈다는 그는 ‘푸들, 치와와’ 하며 개 이름을 통해 한글을 익혔다고 했다. 중학교를 마친 뒤 강씨는 고등교에 진학하지 않고 수원에 있는 강아지훈련센터로 들어갔다. “중학교 3학년인 그해 12월 24일 훈련센터에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엄마가 ‘아빠처럼 돈도 많이 못 벌고 개똥 치우면서 살래?’라면서 반대하셨지만 제 열정을 보고 결국 승낙하셨죠.”

강아지가 좋아 훈련센터에 들어갔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청소만 했다. 선배들이 강아지 훈련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는 것이 전부였다. 6개월이 지나자 비로소 강아지 똥을 치울 수 있게 됐다. 강씨는 “똥을 치운다는 게 허드렛일이 아니에요. 똥을 볼 줄 알아야 밥을 줄 줄 알고, 밥을 줄 줄 알아야 개를 다룰 수 있는 거예요. 가장 기본인 거죠”라고 했다.

그렇게 훈련센터에서 몇 년을 보낸 강씨는 군 제대 후 호주(1년6개월)와 일본(5개월)의 강아지훈련센터로 유학을 떠났다. 2008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공원에서 사람들에게 강아지 훈련을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다. 유학을 통해 배운 것을 써 보고 싶은데 한국에는 아직 자신의 철학에 맞은 훈련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애견카페나 동물병원 게시판에 무료로 강아지 훈련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단 한 사람이 참가한 첫 강의는 분당구청 앞 잔디밭에서 열렸다.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점점 참가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하지만 강아지들이 한 장소에 많이 모이자 주변 사람들의 항의가 들어왔다. 결국 지금까지 분당과 서울의 공원 약 10곳에서 쫓겨나다 2개월 전 중앙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훈련교실을 열면서 지금의 아내도 만났다. 강씨는 지난해 자신의 강아지를 데리고 훈련교실에 참가한 아내와 결혼했다. 이후 부부는 매주 일요일 공원에 함께 온다고 했다. 훈련교실이 열릴 때마다 아내가 사진도 찍고 강의가 끝나면 그날 강의에 대해 평가를 해 준다.

3개월 전 경기도 광주에 자신의 훈련소를 연 강씨는 애견운동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애견 인구가 엄청나요. 그런데 환경은 아직 개를 키우기엔 좋지 않아요. 그렇다고 환경만 탓할 게 아니라 우리 애견인이 먼저 준비해 스스로 애견문화를 발전시켜야 해요. 그걸 위해 저는 열심히 교육할 겁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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