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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스포츠, 이래서 강하다

중앙선데이 2010.08.08 00:08 178호 14면 지면보기
한국의 여성 스포츠는 1886년 학교 문을 연 이화학당(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체조를 가르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 동안 유교의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에 신체활동 자체를 천시했고, 특히 여성들의 신체활동 참여는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여학생들에게 체조를 가르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해 체조 수업이 중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화학당에 다니는 여학생들이 며느릿감에서 제외될 정도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여학생들의 신체활동 참여는 매우 큰 의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이러한 여성스포츠의 상황은 1910년대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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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성 스포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부터다. 전조선여자정구대회, 전조선여자빙상경기대회, 전조선여자탁구대회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전국 규모의 스포츠대회가 개최되면서 여자 스포츠계 역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그 배경에는 가부장적인 봉건주의 도덕관을 타파하고, 남자들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 여성의 사회적인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이 건강해져야 한다는 페미니즘적인 여성체육론이 존재하고 있었다.

해방 이후 한국의 여성스포츠는 세계 스포츠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73년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개최된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한국 구기 종목 최초로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여자 배구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3위, 여자 농구의 1984년 LA 올림픽 2위, 여자 핸드볼의 1988년과 2002년 올림픽 2연패 등 국제스포츠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었다. 또한 개인 종목에서는 양궁의 김진호, 골프의 박세리, 피겨의 김연아 선수 등이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섰다.

지소연이 2일 독일 빌레펠트에서 폐막한 U-20(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실버볼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빌레펠트=연합뉴스]
이번에도 한국의 어린 여자 축구선수들이 큰일을 해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20세 미만 청소년 월드컵(U-20)에서 콜롬비아를 1-0으로 이기고 3위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지소연 선수는 8골로 득점 2위를 차지하였다. 초등학교 18개 팀, 중학교 17개 팀, 고등학교 16개 팀, 대학 6개 팀, 실업 7개 팀, U-12 1개 팀 등 모두 65개 팀 등록선수 1404명이 전부인 한국 여자 축구의 현실을 감안하면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여성스포츠가 세계 스포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여성 스포츠의 저변이 남자보다 얕다거나, 신체적인 조건이 남자에 비해 불리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무대에서 통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보다는 한국 여성들만이 가지고 있는 확실한 목표의식, 강한 정신력, 특유의 승부 근성과 근면성,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여성을 억압해온 남성 문화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욕망 등이 남성과 외국인들보다 강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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