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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여자가 어떻게 … ’편견을 이겨내고 전쟁·재난 현장까지 누빈 기자 30년

중앙일보 2010.08.06 19:56 종합 21면 지면보기
여자 특파원 국경을 넘다

이정옥 지음

행간

255쪽, 1만3000원




요즘엔 재난 현장이나 분쟁 지역에서 마이크를 잡고 리포트를 하는 방송 여기자의 모습을 보고 놀랄 사람은 없다. 1980년대 초, 당시 입사 3년 차 여기자가 부장에게 “저도 이란, 이라크 전 같은 무게 있는 리포트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더니, 부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여자가 어떻게?”였다고 한다. 발로 뛰며 동해상에 나타난 간첩선 리포트를 썼으나 수습기자인 남자 후배에게 녹음을 맡겨야 했던 시절이었다.



그녀가 이 말을 듣고 주저 앉았다면, “여자가 어떻게 숙직을 해?”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입사 17년 만에 파리 특파원이 돼 이라크 전쟁과 터키 지진, 코소보 내전 현장을 누비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게다.



KBS 기자로 파리특파원, 국제협력 주간과 해설위원을 지낸 뒤 지난해 말부터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이정옥씨 얘기다. 책은 30년 가까이 방송기자로 활동해온 지은이가 전쟁과 테러로 얼룩진 취재 현장에서 직접 겪은 긴장과 공포, 아픔과 감동의 순간을 회고하며 쓴 것이다.



특파원 시절,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하자 요르단으로 날아갔던 얘기부터, ‘발칸의 화약고’라 불리는 코소보, 예멘 인질 납치사건 취재담과 93년 방송기자 사상 최초로 차도르를 입고 이란에 들어가 TV 다큐멘터리 ‘차도르에 부는 개방바람’을 취재한 뒷얘기는 긴박감이 넘친다. 해외 취재 경험을 한 기자의 눈으로, 9·11테러를 보도하는 한국 방송과 프랑스 방송의 차이를 날카롭게 포착해 지적한 대목도 눈 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사건 당시 비행기가 초고층 건물로 돌입해 충돌하는 장면을 되풀이해 보여주며 중계하다시피 한 한국 방송과 대조적으로 프랑스 방송은 사건 관련보도는 짧게 보도하고 대응책에 무게중심을 뒀단다.



책은 그리 멀지 않은 역사의 현장과, 여기자로서 한국 언론 현장의 변화를 증언한다는 점에서도 소중한 기록으로 읽힌다. 보다 넓은 시각으로 세계인이 ‘하나의 주민’이 된 지구촌을 바라보고,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라는 메시지도 놓칠 수 없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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