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돌아온 이제마 (上) 四象의학과 지놈 '세기의 만남'

중앙일보 2002.10.15 00:00 종합 61면 지면보기
◇유전체 연구로 사상(四象)을 증명=사상 체질론은 인체를 태양(太陽)·태음(太陰)·소양(少陽)·소음(少陰)인의 네가지로 나눠 양생(養生)이나 치료법을 달리 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태음·태양·소음·소양… 체질별 유전자 연구 활발 심리학 등과도 접목… 교육·인력배치에 활용 늘어
◇이제마는… 한의학에 성리학 心性論 결합

'사상체질론과 지놈(Genom)'. 갓과 양복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개의 학문이 접점을 찾고 있다. DNA라는 현대적 언어로 사상체질을 설명하고,검증하려는 것이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에는 사상의학과 관련한 의미있는 논문이 제출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조동욱 박사팀이 태음·소양·소음인 각 5명의 유전자를 DNA칩에 반응시킨 결과,체질별로 독특하게 발현되는 유전자 6개를 밝혀낸 것.조박사는 "체질을 과학적으로 분류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같은 연구원의 최선미 박사팀은 체질의학 연구를 위해 조직적합항원(HLA)을 이용한다.HLA는 다형성(多形性)이 높아 '자기'와 '남'을 잘 구별하는 기능성 유전자. 체질별 특징이 HLA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찾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경희대 한의대 이수경 교수팀은 보다 근원적인 방법을 동원,염기서열을 이용해 사상을 해석한다. 태·소·음·양인의 유전자를 형성하는 염기서열의 차이를 증명해 보는 것. 이교수는 "사상의학은 개체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학문"이라며 "유전자 연구로 뒤늦게 개체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서양의학과 '맞춤치료'라는 개념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희대 한의대 생리학과 배현수 교수는 태음인에게 많은 중풍 및 비만 유전자를 찾고 있다.궁극적으로 사상체질의 DNA칩을 개발, 과학적인 체질별 맞춤치료를 겨냥하고 있다.



◇다른 학문과의 접목=2000년에 발족한 사상(四象)창의성연구회 회원 16명 중 한의사는 단 한명. 나머지는 정보공학·식품영양학·심리학·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쏟아내는 논문은 사상체질을 직장과 교육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활용하기 위한 기초 작업의 결과물들 이다.



광주대 유아교육과 전경원 교수는 4∼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체질을 분류한 뒤 이들의 독창성·상상력 등 창의성을 분석했다.결과는 창의성 총점에서 소양인이 가장 높게 나왔고,다음이 소음인·태음인 순으로 나와 이제마의 이론을 뒷받침했다.



영동대 산업정보공학과 윤상원 교수는 생산작업자의 체질별 특성을 분석,효율적인 인사배치와 생산성을 연구했다. 예컨대 태음인은 끈기와 집념이 요구되는 작업, 소양인은 사람과의 접촉이 많은 활동적인 분야, 소음인은 정밀함과 계산능력·판단력이 요구되는 업무로 재배치한 결과 직무만족도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원광대부속 광주한방병원 김경요 교수는 "축구선수들도 이천수·차두리와 같은 공격수는 양인의 체질을,이운재·홍명보와 같은 수비수는 음인의 체질을 가졌다"며 "체질의 특성을 개인의 직업선택과 인사 및 교육에 활용하려는 노력이 일부에서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로 나가는 사상의학=2000년은 사상의학이 바다를 건넌 뜻깊은 해.사상의학회가 이제마 선생 서거 1백주년을 기념해 미국 뉴욕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던 것이다.당시 학회장이었던 조황성 한의원장은 "3년여에 걸쳐 영문판 교과서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 초 교과서가 나와 미국 내 50-60개 한의대에 배포되면 중국의학이 판치는 미국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사상의학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한 경희대 한의대 김선호 외래교수는 최근 미국 LA에서 사상의학을 전문으로 교육할 한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그는 "사상 진단 프로그램을 보급하고,체질 관련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미국에 사상의학을 대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의학전문기자



kojokw@joongang.co.kr





"내가 죽은 뒤 1백년이 흐르면 사상(四象)체질 의학이 온 세상을 풍미할 것이다." 20세기를 바라보는 1900년 11월 12일,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며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선생이 남긴 말이다. 이제마의 예견이 적중하는 것일까. 그가 정립한 사상과 의학은 세월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현대의학의 조명 속에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사상의학 이론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이제마의 '벤처 상품'. KBS-2TV의 '태양인, 이제마'드라마 방영을 계기로 사상체질론의 현대적 조류와 첨단 연구들, 그리고 다른 학문과 접목돼 새롭게 옷을 갈아입는 '돌아온 이제마'를 두번에 걸쳐 소개한다.





◇이제마는…



한의학에 성리학 心性論 결합



중의학(中醫學)의 양대산맥인 황제내경과 상한론을 집대성해 한의학(韓醫學)의 기둥을 세운 인물이 허준이라면, 전통 한의 이론에 조선 성리학의 심성론(心性論)을 결합해 한국만의 사상체질론을 창안한 사람이 이제마다.



그는 사람의 성정(性情)과 장부(臟腑)의 대소(기능의 차이)에 따라 태양·태음·소양·소음 등 네가지 체질을 분류, 치료와 양생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1837년 함흥에서 태어나 구한말 격동기인 39세에 무과에 합격, 무위별선군관·수문장군을 거쳐 50세에 진해현감, 60세에 최문환의 난을 평정할 정도로 나라에 충성스런 공복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남다른 학문의 깊이를 간직했던 그는 『격치고』 『동의수세보원』 등 다섯권의 의서 및 양생서·유학서를 낸 유학자며 의학자였다. 『동의수세보원』(사진)이 의학서라면 『격치고』는 그의 유학사상을 정리한 철학서.



그는 62세에 관직에서 물러나 보원국을 설치하고 환자를 돌보며, 제자를 길러내다 64세에 서거했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