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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중국, 한국의 자업자득 아닌지

중앙선데이 2010.07.25 00:00 176호 11면 지면보기
“일본에 대해선 한국 사회 전체가 깐깐하게 대해 왔으면서도 오랜 기간 군주국으로 행세하고, 6·25전쟁 때 우리를 침공한 중국에는 왜 그렇게 관대했는지….” “참 무서운 중국입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분명 있을 겁니다.”

취재일기

7월 17~18일자 중앙SUNDAY 1면 ‘유엔 안보리·서해 훈련 한·중 외교의 현장’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독자가 메일을 보내왔다. 천안함 사건 이후 ‘실체적 진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 감싸기 일변도의 태도를 보인 중국이 한국과의 외교 현장에서 보인 거친 외교 행태와 발언들을 보도한 기사였다.

취재는 ‘한마디 말’에서 시작됐다. 원래 외교·안보 분야 인사들은 외교 현장의 적나라한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기자에겐 더욱 그렇다. 그런데 기자를 앞에 놓고 한 관계자는 “중국과 갈등이 좀 생기더라도 국제사회에서 상식선으로 하는 일들은 우리도 해야겠다”는 말을 했다. 그 역시 말을 아끼려 했지만 중국에 대해 갖는 분노에 가까운 기류를 감지할 수 있었다.

중앙SUNDAY 7월 18일자 1면.
“베이징 주재 우리 외교관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마치 세자 책봉 때마다 허가를 받던 시절 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커 가는 힘을 억제하지 못하고 본색을 드러냈다.” 기사에 다 인용하지 못한 정부 인사들의 언급들이다. 한 고위 인사는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호전성을 재확인시킨 사건이지만, 다른 한편 거대 중국의 오만한 힘과 중국 위협론의 실체,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취할 태도를 확연히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얘기는 민간 부문에서도 들려온다. 한 경제연구소 소장의 얘기다. “올 초 중국 서부 작은 시골 대학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교수들은 ‘G2’로서의 중국, 쇠퇴하는 미국, 세계 중심 국가 중국을 지칭하는 말을 달고 있었다.”

한 대학 교수의 전언은 더욱 충격적이다. “아는 교수가 주한 장신썬 대사를 강연회에 초대했다. 대사관 측에서 ‘대학 교문까지 맞으러 나와야 한다’는 조건을 달기에 ‘그럴 것까지 있나. 대학 사무실로 와 안내해 가면 되지 않나’라고 했다. 그랬더니 대사관 측에서 ‘다른 대학들이 다 그렇게 하는데 왜 이 대학만 안 한다고 하느냐’고 했다.”

중국인이 커 가는 국력에 자부심을 갖는 걸 탓할 순 없다. 그래서 그들이 오만해지는 건 그들의 문제일 수 있다.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외교도 전략적인 대응책을 모색하면 된다.

기자가 이번 취재 과정에서 느낀 문제점은 우리의 자세에 있었다. 1992년 수교 이후 특히 최근 10여년 간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과공(過恭)’의 의전을 하면서 그들의 오만함을 조장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대사관의 행사 초청을 받으면 전직 총리에서부터 국회의원, 재벌 총수까지 대거 참석해 호텔이 미어터지는 모습은 오래된 풍경이다. 물론 정도는 다르나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 등 강대국에 대해 비슷한 모습을 보여 왔다. 미국이나 일본의 한국에 대한 외교 의전, 가치관이 좀 달랐을 뿐이다. 역대 정부에서 외교부는 정권 교체기에 ‘달라이 라마’ 숙제를 풀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하다 결국 하지 못한 것도 몇 번 봤다. 중국이 화낼까 봐 시도조차 못한 것이다.

기사가 나간 뒤에도 중국은 한·미 합동훈련을 놓고 언론을 통해 더 과격한 표현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우리의 ‘과공’도 계속되고 있다. 23일 베이징 한·중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오찬사가 그 예다. 그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소개하며 청나라 황제 건륭제를 “황제님”으로 칭하며 현대 중국의 ‘선진성’을 예찬했다.

외교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갈등이 불거지더라도, 그래서 한동안 관계가 불편해지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하고 넘어가야 건강한 관계가 된다. 그럴 때만이 양국 관계가 진정한 ‘전략적 협력동반자’라는 파트너십이 생길 수 있다. 우리 안에 불편하게 자리한 ‘강대국’ 중국을 어떻게 대할 건지가 우리 모두의 큰 숙제로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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