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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생활 적응능력 갖춰 봉사 프로그램에 도전하라

중앙선데이 2010.07.24 23:59 176호 12면 지면보기
해외봉사와 탐방을 다니면서 생긴 기념품과 상장·수료증은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훈장 같은 존재다. 이태호씨(위)와 이해나씨가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기념품 등을 배경으로 웃고 있다. 신인섭 기자
서류전형과 1차 면접, 그리고 1박2일의 합숙면접. 22일 오후 1시 이화여대 ECC에서 만난 대학생 이해나(22·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 3학년)씨가 지난 5월 경쟁률 100대 1의 대학생 해외봉사단원으로 선발되기 위해 거친 관문이다. 한세실업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해외봉사단은 7월 1일부터 12일간 24명의 대학생이 베트남에서 중학생과 장애우 학생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방학 때마다 해외 여행하는 두 대학생의 비밀은

1박2일의 합숙면접에서는 20여 명의 직원이 함께 생활하며 합숙면접에 참가한 40여 명의 학생을 평가했다. 베트남 현지 아이들에게 보여줄 한국문화 공연을 기획하고 선보이는 것이 주된 과제였다. 3개 조로 나눠 태권무·댄스와 노래·부채춤을 준비했다. 댄스와 노래 조에 속한 이해나씨는 동료와 함께 30분간 소녀시대 노래와 춤·랩·아카펠라 등을 공연했다. 이씨는 “면접관들이 중요하게 본 것이 단체생활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와 인성인 것 같아요. 우리가 보기에도 적응 잘하고 ‘착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다 됐거든요”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이씨는 준비를 철저히 했다. 1차 서류전형에서는 봉사활동 경험과 특수교육학과라는 전공을 살린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그는 수백, 수천 장의 자기소개서 중에서 자신을 알리려면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자기만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후에는 면접이 진행됐다. 이씨는 베트남에 대한 모든 정보를 찾았다. 행사를 주최하는 기업에 대한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베트남에 관한 다큐,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 등을 찾아보며 사소한 것까지 체크했다. 이씨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내가 이 활동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어필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건 사전에 얼마나 성실하게 공부를 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확 나요. 조금만 대화해 봐도 금방 티가 나죠”라고 말했다.

(위)이해나씨가 7월 베트남 해외봉사 활동 중 베트남의 한 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이름표를 만든 뒤 사진을 찍었다. (아래)지난해 6월 필리핀으로 해외봉사 활동을 간 이태호씨가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있다.
이해나씨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현대·기아자동차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인도), 레저버디 베이징 페럴림픽 서포터스(중국), 보건복지부 주최 국가 간 청소년교류(이집트), 미래에셋 글로벌리더대장정(중국) 등 다양한 대학생 해외활동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인도에서는 자동차 CF 모델로도 출연했다. 2학년을 마친 후부터 대부분 방학마다 공짜로 해외에 나가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다.

2학년을 마칠 때까지 이씨는 별다른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다. “여대에 사범대이다 보니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활동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호기심에 대학생 해외봉사단에 지원해 선발됐는데 충격이었어요. 세상이 이렇게 넓다는 게,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다는 게 굉장히 놀라웠죠.” 그는 공짜로 해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자신에게 큰 공부가 된다고 했다. 이씨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면서 동시에 해외에도 나갈 수 있고, 스펙이라는 측면에서도 가장 확실한 스펙 중 하나가 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씨는 지난 4월에 면접관으로 면접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1기로 참가했던 보건복지부 주최 국가 간 청소년교류(이집트) 프로그램의 2기를 뽑는 자리였다. 이씨는 “직접 면접에 참가해 보니 누구를 뽑아야 할지 딱 보이더라고요”라며 “제가 면접 볼 때 당황했던 질문들을 주로 했죠(웃음)”라고 말했다.

그는 면접도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해외 활동 프로그램에 대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면접 질문도 구체적이고 까다롭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초창기 때만 해도 자기소개 하고 지원 동기를 묻는 등 평범한 질문이 많았는데 ‘해외에 나갔는데 팀원 간에 불화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식의 상황을 주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질문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질문도 변별력을 가지지 못하자 최근에는 더욱 구체적인 상황(한방에서 같이 자는데 발 냄새가 심한 팀원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질문도 많이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외 활동 프로그램에 지원해 80% 이상 합격했다는 이씨는 “이건 결국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관심’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런 활동들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뽑히는 것이죠”라며 선발의 비결을 말했다.

대학생 이태호(25·서울산업대 산업공학과 3학년)씨는 지난 2월과 3월 건국대와 이화여대에서 ‘대외활동, 공모전의 숨겨진 합격비결 1%’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아직 스물다섯 대학교 3학년생인 그가 200여 명의 또래 학생과 선배들 앞에서 강의를 한 것이다. 21일 오후 6시 역삼역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특강을 듣는 사람들 중에 부모님으로 보이는 분들도 있었어요. 시간이 없는 자녀를 대신해 오신 그분들은 제가 하는 말 하나 놓칠세라 열심히 필기를 하셨는데, 그때 ‘아, 정말 대외활동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이렇게 폭발적이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이씨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한 내용은 그가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들이다. 공모전 수상 경력만 20번에 달하고 보건복지부 주최 필리핀 봉사, 카페베네 주최 인도네시아 봉사, GM대우 주최 베트남 봉사 등 1학년 때 배낭여행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 매 학기 방학 때마다 자비를 들이지 않고 해외활동을 해왔다. 이런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를 묻자 이씨는 ‘자신과의 약속’을 꼽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제 자신과 두 가지 약속을 했어요. 하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방학 때마다 해외로 나가 보자였죠. 특히 첫 해외봉사 활동이었던 필리핀 건축·교육 봉사가 기억에 남아요. 배낭여행도 좋았지만 해외 봉사는 그동안 제가 생각해 왔던 해외여행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았죠.”

이씨는 군복무 중 준비해 수상했던 공모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당시에는 컴퓨터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며칠을 자필로 써 기획안을 완성해 우편으로 제출했다. 수상한 뒤 그는 그때부터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에 합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왔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합격 비결의 기본은 ‘자기소개서’다. 대부분 1차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데, 이때 자신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은 지원하는 곳과 활동 목적에 맞게 작성하는 것인데, 이씨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최사가 어딘지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라는 이씨는 “주최사가 기업이라면 그 기업의 최근 활동 내용, 사회공헌 활동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들이 선발하려는 인재상에 대해 연구해요”라며 “그 다음엔 활동을 나가게 될 국가에 대해 조사하고 그곳에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지 확인해 그동안 축적해온 내 경험과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하죠”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다녀온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에 지원할 당시 이씨가 작성한 자기소개서에는 이 원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선발공고를 본 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카페베네라는 기업에 대한 조사였다. 우선 그는 여러 곳의 매장을 방문해 직접 음료도 마셔보고 분위기는 어떤지, 어떤 사람들이 주로 방문하는지를 확인했다. 그런 다음 인터넷으로 그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방향은 무엇인지, 파견될 인도네시아는 어떤 나라며 커피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또 다른 비결을 묻자 이씨는 “첫째는 적절한 이미지를 사용하라는 거예요. 사진 한 장이 몇 줄의 글보다 효과적일 때가 있어요. 저는 웹서핑을 하다 좋은 이미지를 발견하면 주제별로 저장을 해둬요. 그리고 공모전 기획안이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이것들을 적절히 활용하죠. 둘째는 1:1:1의 법칙인데, 한 질문에 한 페이지 정도의 답변을 적고 이미지도 한 장만 쓴다는 거예요. 그 이상은 자기소개서의 호감만 떨어뜨릴 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죠”라며 “이건 정말 사소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맑은 고딕체’를 써서 문서나 발표 자료를 만드세요. 가장 읽기 좋은 글씨체로 발표 고수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하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태호씨는 지난 6월 ‘2010 청송사과축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해 올겨울 동남아시아 여행의 기회를 얻었다. 스페인 토마토 축제를 응용한 행사와 근처 온천과 연계한 사과온천 등의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현재 두세 개의 해외 탐방프로그램에 지원 중인 그는 “밖에 나가면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며 “해외 활동을 통해 얻은 다양한 경험과 인맥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새로운 기회를 계속 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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