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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찡한 고교야구 추억, 2012년에 되살려 드리겠습니다”

중앙선데이 2010.07.24 23:54 176호 14면 지면보기
한국 아마야구는 지금 고사(枯死) 직전이다. 프로야구는 700만 명 관중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고교야구팀은 되레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있던 동네 야구장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한국 야구의 선명한 빛과 그림자다. 토대가 부실하면 제아무리 화려한 건물도 오래갈 수 없는 법. 이 같은 왜곡현상을 바로잡아 보겠다며 발 벗고 나선 이가 있다. 바로 강승규(47·한나라당 의원·사진) 대한야구협회장이다.

야구 명문 천안북일고 출신,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강 회장은 한껏 고무돼 있었다. 최근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린 국제야구연맹(IBAF) 집행위원회에서 2012년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의 한국 유치에 성공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오늘은 정치 얘기는 일절 하지 말고 오로지 야구 얘기만 하자”는 기자의 제안을 “야구만 논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며 흔쾌히 수용했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는 IBAF가 2년마다 개최하는 대회로 만 18세 이하 청소년들이 참가 대상이다. 즉 전 세계 고교야구의 최고봉을 가리는 대회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1981년 미국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서 우승해 인연이 깊다. 한국 개최는 이번이 처음. IBAF가 주관하는 국제대회 유치는 82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두 번째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김재박 선수의 개구리 점프 번트, 한대화 선수의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새겨진 바로 그 대회다.

강 회장은 “이번 대회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보여 준 한국인들의 뜨거운 야구 열기를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청소년 야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야구 인프라 확충에도 가속도가 붙는 등 한국 아마야구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군 선수 보러 수업 중 몰래 서울로
강 회장의 야구 사랑은 각별하다. 2년 전 야구협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초선 의원이 왜 야구협회장을 맡을까”라며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적잖았지만 강 회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강 회장은 지금의 40대 남성들이 그러했듯 고교야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자랐다. “그때는 고교야구가 인기 최고였죠. 라디오 중계를 듣거나 동네에 한두 대 있는 TV 앞에 모여 앉아 야구경기를 보는 게 커다란 낙이었습니다.”

글러브는 언감생심이었다. “비료 포대를 접어 글러브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손가락도 참 많이 삐었죠.” 매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면 뒷산에 올라가 친구들과 야구놀이를 했다. 배트는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크면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키워 갔다. 하지만 주변 어디에도 야구팀이 있는 학교는 없었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공주사대부고를 준비 중이었는데 천안 북일고에 다니던 사촌형이 ‘우리 학교가 야구를 참 잘한다’며 자랑하는 걸 보고는 주저 없이 북일고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이후 야구는 강 회장의 고교 생활에서 가장 큰 에너지원이자 활력소가 됐다.

“1년 선배가 이상군(현 한화 이글스 코치) 선수였어요. 당시에도 제구력 하나는 끝내줬습니다. 친구들과 선생님 몰래 교실에서 도망 나와 서울운동장으로 달려가곤 했죠.” 80년 봉황기 대회 때는 준결승전부터 버스를 대절, 단체로 상경해 응원을 펼쳤다. 그해 봉황기 우승컵은 북일고에 돌아갔다. “파란 교복에 하얀 티셔츠를 입고 교복 섹션응원을 벌였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응원가도 목 터지게 불렀죠. 젊은 날의 가슴 찡한 추억이랄까요.”

당시 감독은 김영덕 전 빙그레 감독이었다. “김 감독님은 저희들의 우상 중 우상이었죠. 그때 그 기억이 잊히질 않아 야구협회장이 된 뒤에도 꼭 한 번 뵙고 싶다고 했더니 지난 연말 야구인의 밤 행사 때 나오셨더라고요. 얼마나 반갑던지….”
2008년 총선 때 서울 마포갑에서 당선되자 몇몇 체육협회에서 협회장 추대 제의가 들어왔다. 그는 사양했다. 하지만 야구협회 제안은 고심 끝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솔직히 가슴이 뛰었습니다. 어릴 적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미력하나마 한국 아마야구 부흥을 위해 힘을 쏟아 보자’고 결심하게 됐죠.” 강 회장은 지금도 의정 활동 못지않게 야구협회 일에도 열심이다. 이달에도 야구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전국을 돌고 있다.

서울·부산에 대형 돔구장 건설 추진
고사 직전의 아마야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강 회장의 복안은 뭘까. 그는 ▶관계 법령 개정을 통한 인프라 확충과 수익모델 확보 ▶주말리그제 도입을 통한 학원스포츠 정상화 ▶야구선수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국 축구도 변변한 잔디구장 하나 없이 맨땅에서만 공을 차다가 월드컵 유치 이후 국제 규모의 경기장들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않았습니까. 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선진국형 스포츠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국회 문방위원을 맡아 법 개정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먼저 국민체육진흥법을 고쳐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수익금을 지방자치단체의 노후화된 경기장 개·보수에 쓸 수 있도록 했다.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스포츠 인프라 구축을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만 맡길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였다. 또한 스포츠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지자체가 경기장을 최대 25년까지 장기 임대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유도하려는 시도였다.

도시계획시설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도 개정해 야구장 주변에 대형 쇼핑몰과 복합영화상영관·컨벤션센터·수영장 등 복합레저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야구장처럼 시민들이 야구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 즐기고 쇼핑하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하려 합니다. 그래야 지자체나 야구단 모두 수익을 낼 수 있고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을 테니까요.”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고양시와 익산시가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을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천안시 등도 야구장 추가 건설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년에 완공될 서울 고척동 돔구장 외에도 잠실운동장과 부산 구덕운동장 부지에 5만 석 규모의 대형 돔구장을 짓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허남식 부산시장, 전경련 측과 협의 중이다.

내년부턴 고교야구 주말리그제 선보여
내년부터는 고교야구 주말리그제 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학원스포츠 정상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모두들 코앞의 성적에만 매달리다 보니 선수들은 학교 수업을 아예 팽개치고 일부 주전선수는 혹사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그러니 프로에 들어가면 예외 없이 부상에 시달리는 것 아닙니까. 이대로 가다간 한국 야구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큽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야구인들과 머리를 맞대길 1년여. 결론은 주말리그제로 모아졌다. “리그제로 운영하면 주중 학습권이 보장되고 무리한 선수 기용도 막을 수 있죠. 또한 보다 많은 팀이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프로선수로 크지 않을 학생이라도 야구를 좋아하면 누구나 주말에 야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일부 엘리트 위주의 야구에서 탈피해 자연스레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거죠.”

선수 출신들을 리그제 참여팀에 코치로 내보내 운동선수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우선 내년엔 150명의 코치를 시범적으로 파견할 계획이다. 조만간 실업야구리그도 부활시켜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야구선수들이 지자체나 기업팀에 속해 야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국 아마야구 부흥을 위해 조용한 혁명을 준비 중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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