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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식사하는 재미

중앙선데이 2010.07.24 22:42 176호 10면 지면보기
흔히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 그것도 중년의 남자를 보면 어쩐지 청승맞고 불쌍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혼자 식사하는 사람만이 누리는 즐거움을 모르고 하는 생각이다.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가령 자신이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는 자유는 남들과 먹을 때라면 상상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자신이 좋으면 남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남이 좋아야 자신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많지는 않지만 한 종류의 사람이 또 있다. 남이 좋아도 자신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물론 나다. 나는 집에서나 회사에서 먹고 싶은 걸 도무지 먹지 못한다. 집에서는 아이와 아내가 먹고 싶은 걸 먹는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가정적인 아빠와 남편이라면 자신의 식성이나 취향을 주장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우리 가족을 맴돌고 있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메뉴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만일 점심을 먹으러 갈 때 동료 직원들에게 “오늘은 청국장 먹을까?”라고 무심코 말했다가는 “역시 부장님은 그런 거 좋아하시는군요”라는 은근한 핀잔을 들을 뿐 아니라 시대와 트렌드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당한다. 혼자 식사할 때라야 비로소 구수하고 쿰쿰한 청국장을 한 술 떠서 입 안으로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식당의 반찬은 2인분을 기본으로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혼자 가면 풍성한 밑반찬의 향연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까지 혼자 식사하는 즐거움에 넣고 싶지는 않다. 그것 말고도 즐거움은 차고 넘치니까.

일요일 늦은 아침 아파트 상가의 생선구이집을 둘러보면 자리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막 구운 생선보다 더 고소한 냄새를 피운다. 그러나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냄새들을 맡을 여유가 없다. 나는 귀를 코처럼 벌름거리며 옆자리 배드민턴 동호회 사람들의 이야기를 맡는다. 일흔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예순쯤 되어 보이는 어른에게 훈계한다.

“내가 볼 때 자네는 아직 자기 몸을 쓸 줄 몰라. ‘삼시부중’이면 ‘성기사법’이란 말이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활을 세 번 쏘아서 세 번 다 과녁에서 빗나가면 그때는 자기 활 쏘는 법을 살피라는 거야. 배드민턴 채가 문제가 아니고. 자네, 마음은 빠르지? 그런데 몸이 안 따르지? 내가 하는 걸 잘 보라고. 보고 배워. 그러면 자네도 나처럼 할 수 있어.”

방금 들어와 맞은편에 앉은 노부부는 말수도 적고 가끔 이야기를 나눌 때도 서로 고개를 가까이해서 조용히 말한다. 할아버지는 가져온 신문을 보다가 음식이 나오자 접어 옆에 내려놓는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올 때 조금 전까지 하던 행동을 잠시 멈추고 등을 펴고 자세를 반듯하게 해서 상차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볍게 목례하는 사람의 모습은 언제 봐도 근사하다. 이런 근사한 장면을 발견하는 것도 혼자 식사하는 사람의 행복이다.

식당에서 자신을 기억해서 반갑게 맞아주고 인사를 건넨다면 기분 좋은 일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혼자 밥 먹으러 온 사람을 기억한다. 두 번만 혼자 가면 알아보고 인사한다.

가령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으러 종종 가는 생선구이집. 할머니 세 분이 주방과 홀에서 일하다 내가 들어서니까 자기들끼리 웃으며 이야기한다.
“얘, 일요일 오빠 오셨다.”



부부의 일상을 소재로 『대한민국 유부남헌장』과 『남편생태보고서』책을 썼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스스로 우유부단하고 뒤끝 있는 성격이라 평한다. 웃음도 눈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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