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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투리 가족의 산책

중앙선데이 2010.07.24 22:35 176호 11면 지면보기
장마전선이 유독 남쪽에 많은 비를 뿌렸습니다. 습하고 더워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날입니다. 우리 집 강아지들도 푹 가라앉은 우울증(?)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똑같겠지요.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잠시 비가 멎은 날, 사진기 들고 마을로 내려가다가 까투리 일가를 만났습니다. 까투리 일가도 오랜만에 햇빛을 즐기려 길을 나섰나 봅니다.

산중집에 살다 보니 산에 사는 동물들과 뜻하지 않게 자주 마주칩니다. 꿩·고라니·다람쥐는 흔하고, 멧돼지와 오소리는 귀하게 봅니다. 이들을 만나면 차를 세우고 조용히 바라봅니다. 일단 그들의 길 나섬을 방해하지 않고, 나 또한 우연한 만남을 즐기기 위함입니다.

저들이 사는 곳에 무단으로 들어가 사는 저는 저들을 귀하게 여깁니다. 이는 ‘보호’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존중’입니다. 내 앞의 상대가 누구이건, 무엇이건 존중의 마음으로 대하는 것을 ‘下心(하심)’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햇빛에게, 까투리 일가에게 ‘下心’을 얻었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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