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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연쇄살인 ⑫ “여자들을 보면 살인 충동” 사이코패스 강호순

중앙일보 2010.07.24 20:09
군포 여대생(21) 강도 살인 사건 용의자로 2009년 1월 검거된 강호순(검거 당시 38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2005년 아내ㆍ장모 방화 살해와 7건의 추가 살인이 밝혀지며 전형적인 ‘사이코 패스’ 연쇄 살인마로 드러났다. 강의 추가 범죄 입증에는 DNA 분석 등 과학적 수사 기법이 총 동원됐다. 그의 축사와 트럭, 점퍼 등에서 피해 여성들의 DNA가 검출되며 범죄의 꼬리가 밟힌 것이다. 그는 “보험금을 노리고 전처와 장모를 죽인 뒤론 여성들만 보면 살인 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흉악범의 얼굴ㆍ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났다.



다음은 2009년 1월 31일 중앙일보 5면 기사 <인적 드물고 CCTV 없는 장소만 골라 범행>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2005년 네 번째 아내가 장모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이후 여자들을 보면 살인충동을 느꼈다. 1차 범행을 한 다음부터는 (충동을) 자제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30일 밝혔다.



강은 피해 여성 7명 중 3명은 노래방에 손님으로 찾아가 “2차로 술 한잔 하자”며 불러내 성관계를 맺은 뒤 스타킹 등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 4명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을 태워주겠다고 유인해 성폭행하고 죽인 뒤 공터나 야산에 암매장했다. 2006년 12월부터 25일 동안 5명을, 짧게는 닷새 만에 3명을 살해하는 등 2년 동안 7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경찰은 강이 2007년 1월 7일 여대생 연모(20)씨를 살해한 뒤 2008년 11월 주부 김모(48)씨를 죽이기까지 22개월 동안 범행이 없는 점에 주목, 이 기간에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피해 여성들의 시신과 유골 5구를 수원시ㆍ화성시에서 수습했다. 군포 여대생 시신은 25일 찾았고, 나머지 1명은 암매장 장소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있어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닷새 동안 3명 살해=강호순은 인적이 드물고 CCTV(폐쇄회로TV)가 설치되지 않은 버스정류장에서 4명을 납치했다. 범죄를 저질러도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희생자 박모(당시 52세)씨는 2007년 1월 3일 오후 5시30분 화성시 신남동 회사에서 퇴근 후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같은 방향이니 태워주겠다”는 말을 믿고 강의 무쏘 승용차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마을버스 정류장 부근은 주택가가 거의 없는 데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외진 지역이었다. 나머지 희생자들도 버스정류장에서 비슷한 수법에 속아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전처와 장모가 화재로 사망한 사건도 계획적으로 방화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기경찰청 나원오 폭력계장은 “네 번째 부인이 2005년 10월 화재로 죽기 직전 보험에 가입해 4억8000만원의 사망 보험금을 받은 만큼 보험금을 노린 방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맞선 본 첫날 성폭행도=강호순은 철저히 이중생활을 했다. 강이 근무하던 마사지업소 동료들은 “지각 한 번 하지 않는 성실한 친구”라고 말했다. 수원시 당수동에 있는 강의 축사 인근에 사는 주민 김모(63ㆍ여)씨는 “매일 축사에 들러 소와 돼지에게 여물을 주는 일을 빼먹지 않는 건실한 청년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축사에 소 20여 마리와 돼지 10여 마리를 키웠다.



강호순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적 탐욕은 매우 강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2007년 9월 자신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야한 동영상을 올렸다 적발됐다. 지난해 1월에는 맞선을 본 뒤 선본 당일 상대방을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가 합의해 풀려났다.



1m70㎝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강은 충남 H농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하사관으로 입대했다. 휴가를 나와 모친이 살고 있는 서천의 한 동네에서 소를 훔쳐 팔다 적발되자 경찰관을 폭행해 군교도소에 다녀오기도 했다고 서천 주민들은 전했다. 학창 시절엔 공부보다 유도ㆍ태권도를 즐겼다고 한다.



제대 후 안산에 정착, 2년여 트럭 운전을 하며 지내다 92년 첫 번째 부인과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이후 세 차례 더 결혼했지만 짧게는 2개월에 그쳤다. 군포 여대생 안모(21)씨를 살해하고 열흘이 지난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안산의 한 마사지업소에서 일해왔다.



안산ㆍ수원=이충형ㆍ장주영ㆍ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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