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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100년 넘게 보존… 미 LAPD 과학수사대를 가다 (2)

중앙일보 2010.07.24 15:05
미주중앙
SID 엘리사 곤잘레스 요원(왼쪽)이 본지 구혜영 기자에게 DNA 샘플링 작업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김상진 기자>


그림 슬리퍼 사건 외에 지난 2007년 4월 체포된 연쇄살인범 체스터 터너 케이스 역시 SID 활약 덕분이었다. 터너는 1987년부터 1996년까지 10명의 여성을 살해했으며 DNA 검사를 통해 미궁속에 빠졌던 사건이 풀렸다.



래리 블랜튼 수퍼바이저(사진)는 "미제 사건들과 살인 강도 성폭행 등의 강력 사건 수사에 SID는 없어서는 안될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업무는 일반 수사관들과 마찬가지로 사건 현장 출동으로 시작된다.



첫번째 업무는 현장 사진 촬영이다. 이후 DNA 검사를 위한 증거물들을 수집한다. 침 피 정액 머리카락 피부껍질 옷 무기 각 종 지문 등이 모두 수집 대상이다.



탐 브래들리 요원은 "심지어 이미 굳어진 정액이나 피도 필요하다"며 "피 한방울 머리카락 한 올에서도 DNA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후 업무는 모두 연구실에서 이뤄진다. DNA 샘플링이 가장 먼저다. 그다음은 분석이다. 이 작업은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 센트리 퓨지 리얼타임 PCR(혹은 털모사이클러) 그리고 제네틱 애널라이저 기계를 차례대로 돌린다. 한 기계당 평균 2시간씩 걸린다. 이 과정을 통해 그래프로 실험 결과를 얻는다.



이 결과는 북가주 리치몬드시에 위치한 DNA 연구실로 보내진다. 그리고 1~2주간 확인 재확인 작업을 거친 후 SID가 축적해 온 범죄자 데이타베이스와 대조 작업을 벌인다. 초범은 사실상 DNA 검사로 찾아내기 힘들다.



성폭행 사건 같은 경우 현장에서의 꼼꼼한 증거 수거를 통해 범죄의 재구성이 가능하다.

블랜튼 수퍼바이저는 "여러 증거들을 나열해보면 당시 무력을 사용했는지 땅에 눕혔는지 아니면 벽면으로 밀었는지까지도 추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종 결과는 LAPD 형사에게 전달돼 용의자를 검거하게 된다. DNA 샘플은 100년 넘게 보존 가능하며 타인과 DNA가 일치할 확률은 1000억분의 1도 안된다. 단 일란성 쌍둥이는 예외다.



■한인 SID 요원 박성민씨 "'베일뒤의 수사관' 선택, 한번도 후회한적 없죠"



지난 2007년 10월 SID에 입사한 박성민(영어명 어니스트.27.사진)씨는 자신의 선택에 단 한번도 후회를 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박씨가 SID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다.



"UCLA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어요. 처음엔 의사나 의료계에서 일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SID를 알게된 후 진로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입사와 동시에 1년간의 DNA 샘플링 연수를 마쳤다. 지난해에는 가주 법무부에서 10주간 범죄수사학 과정도 수료했다.



그는 현장 출동은 하지 않는다. 대신 DNA 샘플을 분석하고 조사하는 일이 주업무다. '베일 뒤의 수사관'인 셈이다. 그가 분석한 DNA는 프로파일로 만들어져 연방수사국(FBI)이나 LAPD의 범죄자 체포에 큰 도움을 준다.



지난 3년간 근무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로 박씨는 9살난 여자아이의 성폭행 사건을 들었다. DNA를 조사한 결과 범인은 사촌오빠로 밝혀졌다.



"아동 성폭행 사건은 언제나 저를 슬프게 해요. 특히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범인인 경우 마음이 더욱 괴롭죠. 아동 성폭행범은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순수한 아이들에게 일생동안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주니까요."



근무 경력이 늘수록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는 박씨는 요즘 DNA 범죄 수사 의뢰가 급증해 눈코틀새없이 바쁘다. 말 그대로 '존재의 이유'를 실감하고 있다.



"제가 하는 일이 줄어야 좋은 거에요. 그래야 사회가 안전하다는 이야기니까요."



박씨의 목표는 경력을 이용해 높은 직책을 얻기 보다는 '현장의 일인자'로 활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캘스테이트 대학 범죄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미래의 꿈을 위해 '주경야독' 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의 힘으로 제가 가진 DNA 검사 능력으로 범인을 잡고 억울하게 잡힌 사람들을 풀어주는 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CSI는 드라마일 뿐"…비현실적인 장면 많아, 모방범죄 증가는 골치



LAPD 과학수사대(SID)요원들의 CBS 인기 과학수사 드라마 'CSI'에 대한 시청평이다.



이들은 드라마와 현실은 "딴판"이라고 말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SID 요원들은 드라마에서 DNA 샘플을 컴퓨터에 넣자마자 관련 인물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화면에 바로 비춰지는 뜨는 장면을 가장 비현실적인 꼽았다.



앨리사 곤잘레스 요원은 "DNA 검사는 여러 단계가 있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데 드라마에서는 속전속결"이라며 "비현실적인 장면이 나올 때면 가끔 웃음을 참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인기 행진을 거듭하면서 SID 요원들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덕분에 이들의 자부심 또한 '업'이다. 하지만 골칫거리도 있다. 바로 모방범죄다.



래리 블랜튼 SID 수퍼바이저는 "드라마로 과학수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뉴멕시코주에서 생명보험금을 타려 풍선에 권총을 묶어 타살로 꾸민 자살 사건 등 모방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SID는, 1978년 창설…2001년부터 체계화



'SID(Scientific Investigation Division)'는 LAPD 과학수사대다. 지난 1978년 창설됐다.



미국 내 과학수사가 체계화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부터다. 이전에도 DNA 수사는 있었지만 현재처럼 진화된 기법은 아니었다.



SID는 범죄 연구실(Criminalistics Lab)을 중심으로 기술 연구실(Technical Lab)과 LA지역 연구실 등 3개 지부로 구성된다.



이중에서도 중추 역할을 맡은 범죄 연구실은 법의학반과 과학분석반으로 다시 나뉜다. 법의학반에서는 DNA를 비롯해 필적감정 발자국 등 흔적추적 총기 법의학 사진 뺑소니 사고 조사 등을 담당한다.



특히 범죄 연구실에는 제임스 김 박성민씨 등 한인 2명을 포함 160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LA다운타운 SID 본부와 캘스태잇 LA 인근 허츠버그-데이비스 포렌직 과학 센터 빌딩에서 근무중이다.



인력의 80~90%는 모두 DNA 검사에 주력한다. 나머지는 모두 현장수사팀에 소속돼 사건 현장에 출동한다. 항시 대기여서 따로 출퇴근 시간이 없다. DNA 검사를 맡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 졸업이 필수며 생물학 등 과학 분야 전공자여야 한다.



미주 중앙일보 박상우·구혜영 기자



[미주중앙 : 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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