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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이냐 시장성이냐 친서민 미소금융의 고민

중앙일보 2010.07.24 02:08 종합 6면 지면보기
공공성과 시장성 사이의 조화. 현 정부의 대표적 친서민 정책 중 하나인 미소금융 사업이 풀어야 할 과제다.



미소금융은 지난해 12월 15일 서민층의 자활을 위해 10년간 2조원의 기금을 모아 신용대출을 한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 16일까지 미소금융 대출을 받은 사람은 1524명, 대출금액은 122억5100만원에 그쳤다.



22일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미소금융 현장을 방문한 김승유(하나금융지주 회장)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은 “기대를 많이 하시는데 실적이 잘 오르지 않아서… 지금까지는 인프라만 구축했다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출을 시행할 지점 수가 충분치 않다. 전국의 미소금융 지점은 55개다. 미소금융중앙재단 윤재경 과장은 “앞으로 전국에 200개 지점이 생기고 한 지점이 1년 동안 10억원만 대출해도 연간 2000억원의 목표를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비교적 까다로운 대출 요건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면서 재산도 많지 않아야 한다. 또 창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선 일정한 자기자금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단순한 지원만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대출 회수가 잘돼야만 그 돈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 미소금융사업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이게 미소금융의 시장원리다.



그러나 이젠 공공성을 강화하라는 압력이 세졌다. 회수 가능성을 너무 따지지 말고 어려운 서민층을 더 적극적으로 도우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22일 “이게(미소금융) 대기업이 하는 일 가운데 작은 일이어서 소홀히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대기업들이 애정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인식만 하면 미소금융이 잘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23일 대기업들이 세운 6개 미소금융재단 이사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저신용자와 저소득자 지원에 전력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기업 미소재단 측은 지점을 확대하고 서민층을 위한 미소금융 상품을 다양화해 수요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승유 이사장은 22일 "자원봉사자를 지점에 투입해 서비스를 확대하고, 7등급 이하이던 대상을 확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미소금융 이용자가 200만 명에서 390만 명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대통령이 중산층·서민에 대한 지원에 관심이 많기때문에 대기업들도 앞장서서 미소금융사업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실적을 의식해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후하게 대출하면 미소금융의 부실이 크게 늘어 재원이 일찍 바닥날 위험이 있다.



익명을 원한 미소재단의 간부는 “대출이 부실화해 기금이 소진되면 미소금융은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게 된다”며 “점진적으로 실적을 쌓아가면서 금융업과 복지사업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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