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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기 … 007경호 … 헬기 유람 … 김현희 일본 방문 무얼 남겼나

중앙일보 2010.07.24 01:52 종합 12면 지면보기
김현희씨가 21일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의 장남 이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33)에게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여주고 있다. 북한에서 야에코로부터 요리를 배운 김씨는 고이치로에게 손수 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말해 왔다. [도쿄 AP=연합뉴스]
‘헬기 유람 1시간 80만 엔(약 1100만원), 전 총리의 최고급 별장 숙소 제공, 특별전세기 비용 1000만 엔(약 1억3700만원), 경비요원 100여 명의 준국빈급 경호….”



온갖 화제를 불러일으킨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씨의 일본 방문이 23일 끝났다. 김씨는 이날 오후 3시 도쿄 데이코쿠(帝國)호텔을 출발, 하네다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입국 때와 마찬가지로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저한 경비 속에 김씨의 모습은 노출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일본의 한 민방과 1시간가량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에서 김씨는 “지나치게 삼엄한 경비로 감금돼 있는 느낌이었다”며 이번 방일에 큰 부담감을 느꼈음을 밝혔다.



일본 정부 초청으로 20일 방일한 김씨는 3박4일 동안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의 부모 등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여러 번 면담을 했다. 하지만 “분명히 살아 있다. 힘내라”는 말만 거듭했을 뿐 새로운 정보를 내놓지는 못했다.



김씨 방일 이전부터 일본 정부의 김씨 초청은 “(납치문제 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일 정부에 대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치적 세리머니’”란 분석이 많았다. 김씨가 이미 북한에 있었던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관련된 정보를 모두 일본 정부에 전달한 상황이라 굳이 김씨를 데려 올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김씨 방일을 주도한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납치문제담당상은 “일본은 납치를 결코 용서하지 않으며 한국과 함께 이 문제를 철저히 해결해 나갈 것이란 강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메구미의 모친 사키에 여사도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듣지 못했으나 김씨로부터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 언론들은 김씨가 일 정부로부터 받은 국빈급 대우를 문제 삼고 있다.



특히 22일 첫 숙박지인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별장에서 도쿄로 이동하는 도중 김씨를 헬기에 태워 도쿄 주변 관광포인트를 천천히 돌며 유람을 시킨 점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나카이 납치문제담당상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잠시 상공을 나는 게 비난 받아야 하느냐. (김씨가) 평생 외국에 못 나갈지도 몰라 그런 것이다. 이런 일로 비판을 받는다면 전 세계 누구도 정보를 지닌 사람이 일본에 와주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 “일 정부가 김씨에게 사례금을 줬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사례금은 안 줬고 게임기·필통 등을 선물로 줬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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