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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 독립선언’ 국제사회 쟁점으로

중앙일보 2010.07.24 01:41 종합 12면 지면보기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2일(현지시간) 코소보의 독립선언이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독립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코소보의 국제사회에 대한 요구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또 여러 지역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해 온 세력들의 움직임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소보는 2008년 2월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고, 한국·미국·영국 등 69개국이 독립국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ICJ의 결정에 지지를 표명했다.


국제사법재판소 “위법 아니다” 결정에 미·EU 지지 표명
세르비아 “독립 인정 못해” … 러시아도 “법적 구속력 없어”

하지만 세르비아는 코소보에 대한 주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세르비아의 동맹국인 러시아도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따라서 코소보의 지위를 둘러싼 국제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독립선언, 위법 아니다”=일본인 오다와 히다시 ICJ 소장은 이날 “국제법은 독립 선언을 금지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코소보의 선언이 국제법상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라는 결정문을 낭독했다. 14명의 ICJ 재판관 중 10명이 이에 동의했고, 4명이 소수의견을 냈다. 유엔은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독립 선언은 불법적 주권침해”라고 주장하자 2008년 10월 총회 의결을 거쳐 이 사안을 ICJ에 회부했다. ICJ는 미국 등 29개국에 의견을 구하고 법리 검토를 거쳐 결정을 내렸다.



코소보 시민들이 22일(현지시간) 수도 프리슈티나에서 코소보의 독립이 적법하다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결에 환영하는 뜻으로 자국 국기(가운데 깃발)와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한 미국·영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ICJ는 이날 2008년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게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프리슈티나 로이터=연합뉴스]
결정문이 나오자 파트미르 세지우 코소보 대통령은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은 국가들의 모든 의심을 없앤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하심 타치 코소보 총리는 “지금부터 우리는 영원한 독립국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코소보는 독립국가며, 그 영토는 침범할 수 없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대표도 “ICJ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독립을 인정할 수 없으며,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ICJ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의견’이라는 점을 근거로 “코소보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600년 반목의 역사=코소보와 세르비아의 분쟁은 1389년 세르비아가 오스만 튀르크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비롯됐다. 이 전쟁으로 코소보 지역이 오스만 튀르크의 영토가 되자 그리스정교를 믿는 세르비아인들이 고향을 버렸고, 그 자리에 이슬람교 신자인 알바니아인들이 정착했다. 이후 양측은 끊임없이 민족·종교적 갈등을 겪었다. 코소보 지역이 옛 유고연방에 속해 있던 1992년 유고 내전이 일어나자 세르비아는 이 지역에서 알바니아인을 몰아내려고 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의 주도로 나토군이 개입해 99년 코소보 지역에서 세르비아군을 축출했다. 이후 유엔 평화유지군이 양측의 군사적 충돌을 막아왔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코소보=발칸반도의 세르비아·알바니아·마케도니아 3국 사이에 위치한 유엔 미승인 국가. 인구 약 220만 명 중 80% 이상은 이슬람교를 믿는 알바니아인들이, 10% 미만은 그리스정교 신자인 세르비아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옛 유고연방의 세르비아 공화국에 속해 있던 1975년에 자치권을 인정받았으나, 89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민족적 갈등이 폭발했다. 98~99년 세르비아와의 전쟁에서 1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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