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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게임 중독, 많은 세금이 자동차 탓이라고?

중앙일보 2010.07.24 00:36 종합 26면 지면보기
자동차 바이러스 그 해악과 파괴의 역사

헤르만 크노플라허 지음

박미화 옮김

지식의날개

268쪽, 1만3000원




‘살인은 사형 등 중죄로 다스리지만 교통사고는 국제적으로 관용된다. 침을 뱉으면 벌금을 매기지만 배기가스 배출은 외면한다. 주차장은 법적으로 강제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엔 관심조차 없다. 건강검진은 안 해도 자동차 점검만은 정기적으로 받는 게 지금의 인간들이다. ’



인류가 ‘자동차 바이러스’에 감염됐기 때문에 이런 일이 빚어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바이러스는 인간의 뇌에 깊이 뿌리내려 자동차의 성장을 가로막는 모든 요소를 ‘나쁜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한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경제·사회 체제의 부정적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는 바이러스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것도,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것도, 인간 소외가 심해지고 있는 것도 자동차 바이러스의 책임이라고 본다. 이렇게 경고하기도 한다. “자동차 바이러스를 추방하지 않으면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에 치여 죽는 양서류처럼 인간도 언젠가 자동차에 자리를 내주고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 교통계획과 교수로 1970년대부터 자동차 바이러스의 해악을 추적했기에 저자의 분석과 비판과 체계적이고 깊이가 있다. 그러나 자동차의 유용성과 함께 그로 인한 문제점은 사실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핵심은 바이러스를 멸절시킬 효과적인 백신은 있는가이다. 저자의 해법은 다소 모호하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취락 구조와 경제 구조를 만들어 자동차 교통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자동차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등의 해법으론 자동차 바이러스를 끝장내기 어려울 것 같아서이다. 서울의 청계천 복원을 자동차 바이러스를 없애려는 모범적 시도로 본 것도 충분히 납득하기 어렵다. 저술 또는 번역과정에서 전문적 용어나 이론에 대한 설명이 다소 미흡한 것도 아쉽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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