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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바짝 든 ‘주지훈·이준기 이병’ 뮤지컬 레슨 받은 이유는 …

중앙일보 2010.07.24 00:21 종합 27면 지면보기
21일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지하 1층. ‘국제 뮤지컬 워크숍’이 진행 중이었다. 워크숍은 뮤지컬 배우를 대상으로 한 1주일 짜리 교육 프로그램이다. 수강생의 면면은 화려했다.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 중인 양준모·최현주를 비롯, 강필석·임강희 등 주연급이 꽤 있었다. 아무리 교육 프로그램이라도 배우들의 생 목소리가 그대로 노출되는 탓인지 강의실엔 긴장감이 팽팽했다.


국방부 뮤지컬 ‘생명의 항해’서 인민군·주인공으로 연기 대결

이 와중엔 익숙한 얼굴이 눈에 확 들어왔다. 머리를 짧게 깎고 모자를 푹 눌러쓴 세 명의 건장한 남성이 맨 뒷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군복무 중인 한류스타 주지훈(28)·이준기(28) 이병과 뮤지컬 배우 김다현(30) 일병이었다. 이들은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열심히 입을 벌리고, 노래를 따라 했다. 군에서 빡빡 기어야 할 이들이 난데 없이 서울 한복판에서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주지훈, 이준기(왼쪽부터)
◆군 뮤지컬 동시 출격=“생소한 노래인데…” “저도 이 곡 받은 지 일주일 정도 됐습니다.” “와우!”



주지훈 이병이 강의실 맨 앞으로 나왔다. 마치 군가를 부르듯 양팔을 허리춤엔 올리곤 ‘통한’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외국인 강사 브라이언 길(Brian Gill)은 주지훈의 노래를 듣더니 “오른손으로 턱을 감싸 쥐고 불러보자”고 제안했다. 주지훈은 그대로 따라 했다. 이어선 오른손등을 입에 대고 바람을 “후후-”불게 하더니, “그 느낌을 살려서 해보자”고도 했다. 입술을 부르르 떨게 하기, 코를 잡고 불러 보기 등 이색적인 방법이 동원됐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처음과는 분명 다른, 한결 깨끗하고 안정적인 목소리톤이 나왔다. 주지훈 역시 만족한 표정이었다. “마치 쪽집게 과외를 받은 느낌”이란다. “선배들로부터 ‘입이 미간에 있다’고 생각하고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했더니 소리가 이마 쪽에서 나는 기분이었다”는 말도 했다.



주지훈·이준기·김다현은 국방부가 제작해 다음 달 21일 개막하는, 6·25 60주년 기념 뮤지컬 ‘생명의 항해’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이날 워크숍을 참관한 것도 부족한 노래 실력을 보완하는, 일종의 ‘훈련’이었던 셈. 현재 특전사령부에 근무 중인 주지훈은 지난해 초 뮤지컬 ‘돈주앙’에 출연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선 인민군 정민역을 맡았다. “창작 뮤지컬에선 캐릭터를 내가 직접 구축해야 한다. 민간에서도 하지 못했던 작업을 군에 와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제 입대한 지 두 달 남짓한 이준기(국방홍보원)는 조금 살이 빠진 모습이었다. 뮤지컬 출연은 처음이다. 주인공인 해강역을 맡아 솔로곡 2곡과 듀엣곡 등 음악적 비중도 많은 편. “준비 없이 갑작스레 출연하게 됐지만 군인 정신으로 돌파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맞춤형 실기 프로그램=‘국제 뮤지컬 워크숍’은 청강문화산업대와 한국뮤지컬협회가 공동 주최해 왔고, 올해로 4회째다.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해외 전문 뮤지컬 강사를 초빙해 배우 한 명 한 명에 맞는 ‘맞춤형 실기 교육’을 실시한다. 올해엔 미국 뉴욕대(NYU) 뮤지컬학과 소속 두 명의 강사가 왔다. 전문 교육과정이 척박한 한국 뮤지컬계로선 반가운 프로그램이다.



강사인 브라이언 길은 “음성학이란 기본적으로 해부학적, 생리학적 지식에 기반하고 있다”며 “목소리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나올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각 배우에 맞게끔 적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생명의 항해’=8월 21∼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만3000원∼6만6000원. 1588-5212.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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