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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CEO 한식 만들기 ⑮ 헨켈 코리아·차이나 대표 파루크 아리그

중앙일보 2010.07.24 00:21 종합 32면 지면보기
헨켈 코리아의 파루크 아리그 대표가 직접 만든 갈비찜을 맛보고 있다. [오상민 기자]
“갖은 양념과 다양한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진 갈비찜은 고기에 새로운 맛을 더해줍니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이 맛의 숨은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전문가로부터 직접 요리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천연 양념 밴 갈비찜, 터키인 입맛에도 딱”

독일계 글로벌 생활산업용품 기업인 헨켈 코리아의 파루크 아리그(57) 대표는 한국인의 입맛을 지닌 터키인이다. 헨켈 차이나의 대표도 겸임하고 있어 현재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 달에 한두 차례씩 업무차 한국을 방문할 때면 끼니마다 한식을 먹는다. 삼계탕·김치찌개·된장찌개 등 가리는 음식이 없지만, 가장 좋아하는 한국 요리는 바로 갈비찜.



“갈비찜은 간장·참기름과 다진 마늘 등의 재료를 이용해 만든 고소한 양념이 부드러운 고기 안에 골고루 잘 배어있어 제 입맛에 딱 맞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음식이 아니어서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에게 꼭 권하고 싶은 한국의 대표음식입니다.”



아리그 대표가 갈비찜을 처음 맛본 것은 1998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이다. 헨켈 이천공장 근처의 한정식집을 직원들과 함께 우연히 들렀는데 밥과 함께 나오는 수십 가지 반찬 중에서 그의 입맛을 가장 사로잡은 요리가 갈비찜이었다. 그는 “터키에서 태어나 독일·싱가포르·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맛봤는데 갈비찜만큼 인상깊은 요리는 처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상급 쇠갈비에서 기름진 지방 성분을 떼는 것을 시작으로 아리그 대표가 본격적인 갈비찜 만들기 도전에 들어갔다. 그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의 노성호 주방장의 도움을 받아 토막내서 손질한 갈비의 피를 빼기 위해 찬물에 잠시 담가 두었다. 요리에 들어갈 당근·무우 등 각종 야채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조리해 삶았다. 앞치마를 두른 그는 능숙하게 칼질을 했다.



“요리는 제 취미입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시간을 내 음식을 만들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질 뿐더러 업무로 인한 긴장도 풀립니다.”



집에 모아둔 요리책이 60권이나 된다는 아리그 대표는 “가족을 위해 된장찌개와 같이 쉬운 한식을 요리해본 적이 종종 있다”고 자랑하며 “상해에 돌아가면 갈비찜도 직접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기를 삶는 동안 갈비찜에 들어갈 양념 재료를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던 아리그 대표가 “단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가 배인 것 같다”고 묻자 노 주방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배가 가진 성분은 육질을 부드럽게 할 뿐더러 설탕보다 단맛을 내는데 더욱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압력솥에 삶은 갈비와 야채를 넣고 참기름 향이 가득한 양념을 골고루 덮은 뒤 중간 불에 끓이기 시작했다. 요리가 완성되는 동안 자신이 근무하는 헨켈을 소개했다. “갈비찜 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배나 다진 마늘과 같은 꼭 필요한 재료들이 숨어있듯이 헨켈의 제품들 중에도 모기 살충제나 세탁 세제처럼 생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접착제·표면처리제 등과 같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산업용 솔루션 제품도 있습니다.” 헨켈은 134주년 된 장수기업이며, 헨켈코리아는 1989년 설립됐다.



그는 한식 세계화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한국의 드라마·영화·음반 등을 주축으로 시작된 한류 열풍을 음식으로까지 넓혀 많은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한식이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지기만 한다면 그들의 입맛을 단연 사로잡을 것입니다.”



그는 “한식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식단에 맞아떨어지는 훌륭한 요리들이 많다”며 “한식 중에서도 이탈리아 파스타처럼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 개발해 소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리가 완성되자 아리그 대표는 “갈비는 손으로 뜯어 먹어야 제맛”이라고 하며 잘 졸인 고기 토막을 하나 집고 뜯기 시작했다. 그는 “한식 에 김치가 빠질 수 없다”며 노 주방장이 미리 준비해온 잘 익은 김치 한 점을 얹어 함께 먹으며 맛을 음미했다.



글=이은주 중앙데일리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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