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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성 평등과 정부 예산

중앙일보 2010.07.24 00:19 종합 33면 지면보기
올가을 두 번째 성 인지(性 認知) 예산서가 국회에 제출된다. 2006년 ‘국가재정법’이 제정될 때 성 인지 예·결산제도가 도입되었고, 그 일환으로 지난해에 예산서가 첫선을 보였다. 그런데 올해 성 인지 예산서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성 인지 예산서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한 정부 보고서다. 국가가 현존하는 성 불평등을 줄여 나갈 수 있도록 예산을 짜자는 게 도입 취지다. 성 불평등 문제는 국가적 현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일례로 국가의 미래가 걸린 저출산 대책을 보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저출산 대책이 성공하려면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직장·가정·사회에서 받는 직·간접적인 차별과 불이익이 해소돼야 한다.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성별 격차 세계 115위’라는 심각한 현실이 타개되지 않고서는 인적자원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 성 인지 예산서는 이처럼 통합적으로 문제를 보기 때문에 충실히 이행하면 성차별 시정과 예산 효율성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성 인지 예산서를 작성할 때 예산 차원의 의지와 전망이 담긴 분석 없이는 그 효과를 볼 수 없다. 지난해 작성된 보고서에는 숫자만 가득할 뿐 아무런 분석적 정보가 없었고, 올해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정부는 성 인지 예산서를 통해 성 불평등 상태와 전망, 과제를 제시하고 일자리 사업이나 성폭력 방지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한 깊은 분석을 포함해야 한다. 이는 전문가들의 협조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 관건은 기획재정부의 열린 태도다.



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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