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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냉면에서 한식 세계화의 DNA 찾자

중앙일보 2010.07.24 00:18 종합 33면 지면보기
경남 사천시에는 특유의 해물 육수 맛으로 사철 내내 방문객들로 북적대는 냉면집이 있다. 지난달에 학술 모임을 마치고 그 냉면집으로 손님들을 모셨다. 더워진 날씨 탓인지 이미 초만원이었다. 맛있게 냉면을 먹는 외국인들도 보였다. “이제 냉면도 국제화가 되었군”이라고 누군가 던진 말에 모두 공감하는 눈치였다.



최근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도 한식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약 15배에 달하는 규모의 세계 식품산업 시장이다. 뜨거운 여름 불볕더위를 한 방에 날리는 냉면의 참맛, 엄동설한의 추위 속에서 살얼음 동동 떠 있는 냉면을 먹으며 추위를 이겨온 ‘코리안 패러독스’의 독특한 냉면 문화. 구한말 나라 걱정에 잠 못 이룬 밤 불면증을 달래준 ‘배동치미 냉면’에 대한 고종의 편애. 한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듬뿍 받고 있는 면(麵) 요리의 대표주자인 냉면은 세계 시장을 누빌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우선, 냉면은 이미 전 세계 식탁을 점령한 보편성을 가진 면류 음식의 하나다. 면류는 면·국물·고명과 양념을 조금만 다르게 결합하면 무궁무진하게 변하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가진 음식이다. 어떤 지역의 음식 문화와 만나느냐에 따라 변신할 수 있어 3000년 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인의 인기 메뉴로 살아남았다. 나아가 우주의 식탁까지 넘보는 태생적으로 퓨전코드를 가진 기묘한 음식이라고 ‘누들 로드’ 저자는 말했다.



둘째, 한 번이라도 먹어본 경험 있는 음식에 대해서는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세계인이 우리 음식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냉면은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니다.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산업화한 냉면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냉동이나 냉장의 보관 한계를 벗어나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냉면 제품이 나올 만큼 우리나라의 면 제조 기술력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셋째, 냉면은 갈비와 같은 한식 세계화의 ‘스타 선수’들과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간편한 봉지 냉면을 쉽게 조리해 현지 한식당에서도 갈비를 먹은 후 곁들이는 음식으로 제안하면 한국의 독특한 냉면 문화를 널리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냉면 봉지에 적힌 조리법을 읽어가며 아이들과 함께 냉면을 만드는 세계인의 부엌을 상상해 보자. 무더운 여름이 오면, 매서운 겨울이 되면, 갈비를 먹고 나면 우리네가 꼭 먹어야 하는 냉면처럼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인의 냉면 사랑에 서서히 중독되고야 말 것이다. 우리의 냉면은 그런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한식 세계화의 대표선수다.



정덕화 경상대 대학원장·전 보건복지부 식품위생심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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