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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프리즘] 다시 귀향·귀촌을 생각한다

중앙일보 2010.07.24 00:18 종합 33면 지면보기
50대 직장인의 대부분은 제2의 인생을 꿈꾼다. 이른바 ‘출구전략’을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다.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에 자리 잡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50대 직장인들에게만 있겠는가. 욕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무한경쟁의 도회지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귀촌을 떠올린다.



요즘 부쩍 지자체마다 인구 유입을 겨냥한 매혹적인 귀촌 프로그램으로 도회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에 있는 전북농업기술원이 지난달 15~20일 귀농·귀촌에 관심은 있으나 직장생활로 바쁜 수도권 직장인 40명에게 1주일간 귀농교육을 했다. 안동대도 귀농·귀촌 희망자들에게 사전 정보와 영농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난달 10일까지 3박4일 동안 서울· 대구· 부산· 인천 등에서 뽑은 30여 명을 교육했다. 교육 이수자들에게는 농지 구입과 빈집에 대한 정보 제공, 전원마을 우선 분양 혜택 등을 약속하고 있다.



경남 고성군의 사례도 특기할 만하다. 다른 지역에서 키운 기업을 통째로 고성으로 옮겨온 귀향 기업 때문이다. 이 기업은 삼도인더스트리(대표 이도경)다. 휴대전화 케이스와 자동차 휠 생산 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3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은 유망 중소기업으로 급성장하던 회사를 애향심을 발휘해 지난해 2월 고성으로 옮겼다. 그 덕분에 고성군은 주민이 늘고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봤다.



서강대 김열규 교수의 귀향도 세간에 화제를 뿌렸다. 한국학 분야의 석학인 김 교수는 정년을 6년 앞둔 1991년 교수직을 버리고 고향인 경남 고성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연을 벗하며 학자로서의 삶을 건강하고 왕성하게 꾸리고 있다. 김 교수의 귀향은 ‘문화 중심 이동’으로 인식될 만했다. 서울에서 한국학의 중추 역할을 했던 그가 고향으로 돌아갔으니, 궁벽한 고성군은 새로운 한국학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 같았다.



도시 생활이 힘에 부친다고 무턱대고 귀촌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욕심을 조금 비우고 귀촌,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삶도 우리 시대에는 서로 권할 만한 일이다. 더구나 도회지에서 일가를 이룬 유수의 기업가나 학자가 귀향·귀촌해 자기 고향을 물질적 또는 문화적으로 풍요롭게 함으로써, 지역균형 발전에 명실상부하게 일익을 담당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본 난은 16개 시·도의 오피니언 리더 50명이 참여한 중앙일보 ‘전국열린광장’ 지역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한 의견은 ‘전국열린광장’ 인터넷 카페(http://cafe.joins.com/openzone)에 올릴 수 있습니다.



이상옥 창신대 교수·문예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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