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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월드컵 활용한 아동발달사업 계속돼야

중앙일보 2010.07.24 00:17 종합 33면 지면보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염원을 이룬 이튿날 아침 나는 남아공 더반시(市)에 있었다. 더반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은란라예투 중학교에 번듯한 축구장을 약속하는 후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화려한 도심을 벗어나자 비포장 도로와 판자촌이 줄을 이어 나타났다. 학교는 빈민지역에 있었다. 1300여 명의 재학생 대다수가 극빈층이었다. 끼니를 거르거나 학교수업을 빠지는 아이가 많고, 에이즈 감염자 가족과 함께 사는 아이도 많았다. 아이들은 자국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자랑스러움과 이방인들이 축구장을 지어준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이 행사는 더반에 축구장을 지어주고 싶다는 SBS방송의 제의로 이뤄지게 됐다.



‘스포츠를 통한 아동발달사업(Sport for Development)’은 유니세프(UNICEF·유엔국제아동긴급기금)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다. 스포츠는 어린이를 위협하는 에이즈 감염과 성 차별, 폭력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도구가 된다. 또한 아이들은 또래와 스포츠를 즐기면서 심신을 단련할 뿐만 아니라 팀워크를 배우게 된다. 스포츠를 위해 아이들이 모인 곳은 교육의 장이 된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축구 등의 경기가 열릴 때 또래들끼리 에이즈 예방이나 성차별 철폐, 폭력 방지 등의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좋은 교육효과를 얻고 있다. 그래서 축구장 하나의 의미는 아이들에게 남다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가장 효과적으로 아동발달사업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된다. 유니세프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월드컵’으로 공식 선언해 어린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2006 월드컵 때도 박지성, 앙리, 토티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들로 유니세프팀을 구성해 어린이를 위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 결과 월드컵을 계기로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어린이 후원에 참여했고, 그 추세는 남아공 월드컵에도 이어졌다. 유니세프 남아공사무소는 월드컵을 계기로 전 세계 기업들의 후원이 몰려들어 더반에서만 20건의 어린이 후원행사가 열린다는 말을 전했다.



한국도 SBS의 축구장 후원 외에 현대자동차가 축구공 100만 개를 남아공에 후원했다. 월드컵이 끝난 후 한국에서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붉은 티셔츠를 보내자는 운동이 한창이다. 월드컵이 끝나도 아직 남아 있는 아프리카 후원 열기가 고맙다. 남아공은 월드컵을 개최할 만큼 저력 있는 나라지만 사회적으로는 빈부격차와 인종문제, 에이즈 등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래서 많은 남아공 어린이가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로 눈을 돌리면 최빈국들이 안고 있는 절대적 빈곤의 문제들이 끝도 없이 눈에 들어온다.



남아공 어린이들은 모두 월드컵을 보며 행복했을까? 나아가 아프리카 대륙의 수많은 아이에게 월드컵은 어떤 의미였을까?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열리지만 월드컵으로 고무된 후원 열기가 4년 내내 계속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박동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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