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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Global]“한글 멋있어요, 갈비 최고예요” 한국에 빠진 NBA의 ‘스타 악동’

중앙일보 2010.07.24 00:08 주말섹션 12면 지면보기
론 아테스트
올 시즌 NBA 우승을 차지한 LA 레이커스. 우승의 주역은 코비 브라이언트도, 파우 가솔도 아니었다. 바로 NBA에서 당대 최고의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론 아테스트(30)다. 아테스트는 지난달 끝난 2009~2010 시즌 NBA 결승 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라이벌 보스턴 셀틱스를 상대로 공수에서 만점 활약(20득점 5스틸)을 펼치며 레이커스에 우승 트로피를 안겨 줬다. 아테스트로서는 11년 동안 기다려 왔던 우승이었다. 아테스트는 사실 ‘악동’으로 악명이 높았다. 목욕 타월만 걸친 채 인디애나 연습장에 간 것을 시작으로, 2004~2005시즌 중엔 자신의 앨범 홍보로 피곤하다며 한 달간 휴식을 요구하다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04년에는 디트로이트와의 원정경기 도중 팬이 던진 물컵에 격분한 나머지 폭행을 저질러 중징계를 받았다.


아테스트 “한인 친구들 덕에 이미지 좋아졌죠”

그러나 그의 이미지가 레이커스에 오며 확 달라졌다. 성실하게 경기에 임했고, 무엇보다 자선활동에 앞장서며 박수를 받았다. 결승 7차전에서의 맹활약은 보너스였다.



무엇보다 아테스트의 코리안 사랑이 대단하다. 올 시즌 중에는 ‘레이커스’ 한글 머리 스타일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힙합가수로도 활동 중인 그를 LA 코리아타운의 한식당과 한인 나이트클럽에서 보는 것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오는 8월에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지난달 24일, LA 인근 랜초 팔로스 버디스에서 그의 삶과 한국 사랑 얘기를 들어봤다.



● 시즌 중 한글 헤어 스타일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누구 아이디어였나.



“내 아이디어다. 종전까지는 한자 헤어 스타일을 자주 선보였는데, 한글이 멋있다는 느낌이 들어 시도해 봤다. 한인 친구한테 ‘레이커스’를 어떻게 한글로 쓰느냐고 물어봤고, 그대로 받아 적었다. 친구들이 내 한글 솜씨를 보고 꼭 한국사람이 쓴 것 같다고 말하더라(웃음).”



● 한인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비즈니스 친구들의 대다수가 코리안이다. 함께 지내며 한국문화도 많이 접하게 됐다. 한국에 대해서도 더 가깝게 느껴지게 됐다. 앞으로 이들과 함께 더 많은 비즈니스를 할 계획이다.”



아테스트가 소속된 ‘시엘로 매니지먼트(Cielo Management)’의 이승희 대표 등 직원 5명 가운데 4명이 한인이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아테스트의 이미지 변신을 이끌었던 숨은 주인공들이다.



● 한인 비즈니스 파트너와 손잡게 된 계기는



“휴스턴 로케츠 시절을 끝으로 에이전트를 제외하고 비즈니스 동료들을 모두 해고했다. 이후 시엘로 매니지먼트의 이승희·박은범씨를 만나게 됐다. 이들과 함께 일하며 내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다. 그전에 내가 일했던 사람들과는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 부지런하고 정직해 한국인 동료들을 신임하게 됐다.”



● 한국에 갈 계획은.



“한국에 NBA 팬들이 많다고 들었다. 당연히 갈 계획이 있다. 8월 중으로 생각하고 있다.”



● 한식도 좋아할 것 같은데.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 특히 갈비광이다. 정말 최고의 맛이다. 얼마 전에도 LA에 있는 한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갈비를 먹었다. 우리 팀의 필 잭슨 감독도 상당한 한식 애호가라고 들었다. 이제 한국에 가서 진짜 한국 전통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설렌다. 한국 술은 어떤 맛인지도 궁금하다.”



● 레이커스에 와서 우승한 소감은.



아테스트의 뒤통수
“코비 브라이언트와 함께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NBA 우승은 모든 농구인의 꿈이다.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첫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에도 꼭 이겨서 레이커스가 3년 연속 우승, 개인적으로는 2년 연속 우승을 꼭 이뤄내고 싶다.”



● 1년 동안 코비 브라이언트를 지켜본 소감은.



“그야말로 ‘블랙 맘바(아프리카산 독사라는 뜻으로 코비의 별명)’다. 그보다 승부욕에 불타는 선수는 보질 못했다. 자나깨나 농구만 생각하는 친구다. 클럽에도 안 가고,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친구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아니면 대부분의 시간을 농구에만 투자하는 것 같다.”



● 우승 소감 때 가장 먼저 심리치료사에게 고마움을 표했는데.



“그가 농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크게 도와줬다. 올 시즌 필 잭슨 감독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히 동료들 앞에서 나를 비하하는 농담을 자주 일삼곤 했는데, 참기 힘들 때가 많았다. 그를 향해 욕설을 퍼부을 때도 있었고, 트위터를 통해 그를 비난하다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필에 대한 불평불만을 매일 들어준 한국인 친구들(시엘로 매니지먼트 직원)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웃음). 과거 시카고 불스 시절에는 필 잭슨이 호러스 그랜트를 그런 식으로 놀렸다고 들었는데, 올 시즌은 나를 타깃으로 삼았던 모양이다. 지도 스타일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가 최고의 감독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 우승하고 며칠 동안 샤워를 하지 않았다던데.



“저지에 땀과 샴페인 등이 뒤엉켜서 찝찝했다. 하지만 우승이란 느낌이 바로 그것 아닌가. 그 느낌을 지우기가 싫어 이틀 동안 저지를 갈아입지 않았다.”



● 음반사를 설립했는데.



트루 워리어 레코드사다. 현재 ‘월드 와이드 워리어스(World Wide Warriors)’라는 힙합 그룹에서 활동 중이다. 한국에서도 곧 공연을 가질 것이다. 내가 계약한 아티스트들 가운데 신신이라는 한국계 중국인 가수도 있다. 이 친구 어머니는 북한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나와 한국은 인연이 많은 것 같다(웃음).”



랜초 팔로스버디스=원용석 LA중앙일보 기자 yongsukw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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