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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 LG전자 부회장 “이스라엘 탈피오트 배워라”

중앙일보 2010.07.21 19:30 경제 1면 지면보기
이스라엘의 벤처기업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 힘의 원천은 특별한 영재 군사교육과정인 ‘탈피오트’에서 비롯된다. 사진은 첨단 기술로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접경지대를 지키는 모습이다. [중앙포토]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아릭 체르니악(35)은 1993년 고교를 졸업하고 ‘탈피오트’라는 군사 프로그램의 일원으로 뽑혔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히브루대에서 3년간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뒤 6년간의 군복무를 끝내고 온라인 동영상 벤처기업인 ‘메타카페’를 창업했다. 그와 함께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이수한 동료 상당수가 이스라엘의 정보기술(IT) 기업에 들어가 세계 최고 IT 벤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 일한다.



IT업계에서는 이스라엘을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테크 국가로 표현한다. 지난해 5월 현재 63개의 이스라엘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미국 기업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숫자다. 1인당 벤처기업 투자 자금도 미국의 2.5배, 유럽의 80배에 달한다.



이런 이스라엘 힘의 원천이 탈피오트 프로그램이다. 올 3월 이스라엘을 방문해 탈피오트에 감명을 받은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최근 회사 혁신 프로그램으로 탈피오트의 벤치마킹을 지시했다. 남 부회장은 사석에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도 이스라엘과 비슷하게 많은 우수 인재들이 군 복무를 한다. 또 벤처산업 분야도 남다르게 강하기 때문에 정부나 민간 기업들이 이스라엘의 탈피오트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 LG전자 내에선 이스라엘 배우기가 한창이다. 특히 스마트 파워에 목마른 LG전자는 휴대전화기·디지털TV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데 탈피오트 정신을 접목할 계획이다.



탈피오트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매년 최상위권 고교 졸업생 중 50명을 뽑아 전문가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대상자는 영재급인 1만 명에서 수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엄선된다. 거의 모든 고교 졸업생이 군에 입대해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을 복무하는 이스라엘에서 ‘탈피온(Talpion)’으로 불리는 50명은 히브루대에서 3년간 전공 분야를 수학한다. 공군부대 내에서 숙식을 하며, 수학과 물리를 학습하고 컴퓨터공학을 복수로 전공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원하는 부대에서 6년간 장교로 근무하면서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과제들을 푼다. 가령 미사일을 발사한 후 과열된 발사대에서 바로 미사일을 다시 쏘는 기술이나 6개월 동안 쓸 수 있는 배터리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탈피온들은 제대 후 대부분 유망 벤처기업가로 변신한다 .



심재우 기자





◆탈피오트(Talpiot)=히브리어로 ‘최고 중의 최고’를 의미한다. 이스라엘에서 최고의 엘리트를 육성하는 군 복무 프로그램이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위기관리에 대한 해결능력을 가진 영재를 군에서 키우자는 아이디어로 79년부터 시작됐다. 당초에 이스라엘의 군대 현대화 전략의 하나로 추진됐다가, 지금은 유망 글로벌 벤처기업 육성책의 핵심 국가 프로젝트로 자리잡았다.



◆탈피온(Talpion)=이스라엘의 탈피오트 프로그램에 뽑힌 이공계 영재들. 현재까지 탈피온 출신자는 700여 명으로, 주로 학계와 벤처업계에서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마리우스 나흐트 첵 포인트 소프트웨어 공동 창업자와 아릭 체르니악 메타카페 공동 창업자, 요아브 프로인트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컴퓨터공학 교수, 아브라함 로앱 하버드대 물리학 교수 등이 대표적인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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