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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부작용 논란 살빼는약 계속 판매 허용

중앙일보 2010.07.21 02:14 종합 19면 지면보기
올 초 유럽 6개국에서 판매가 금지돼 논란이 된 ‘살 빼는 약’ 성분인 ‘시부트라민’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계속 판매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포만감을 높여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효능이 있는 시부트라민은 국내에선 ‘리덕틸’ ‘슬리머’ ‘실크라인’ 등의 약명으로 팔리고 있다. 이들 약은 지난해에만 살 빼는 약 중 가장 많은 455억원어치가 팔렸다.


오·남용 약 지정 등 관리강화 조건
영국 포함 유럽 6개국선 판매 금지

식약청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시부트라민 성분의 다이어트약 개발사인 미국 애보트사가 제출한 안전성 연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안전관리 강화를 조건으로 시판을 계속 허용키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보팀의 김명정 과장은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시부트라민 복용자들이 가짜약(플라시보) 복용자보다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성이 높게 나왔다”며 “하지만 임상시험 환자들의 90% 이상이 ‘리덕틸’ 처방 금지 대상인 심혈관계 질환자여서 부작용 위험성이 더 높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인 시험자에게서는 위험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판매 중지를 결정하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식약청의 이번 결정엔 시부트라민을 판매금지할 경우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큰 향정신성 식욕억제약(푸리민, 푸링 등) 판매가 증가하는 이른바 ‘풍선 효과’도 고려됐다는 해석이다. 대신 식약청은 살 빼는 약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우선 시부트라민 성분약은 물론 지방분해효소 억제제 성분의 비만치료제인 ‘제니칼’ 등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약을 살 수 있다. 또 약사법 시행규칙을 고쳐 의사나 약사가 오·남용 우려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식약청이나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신고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식약청 소화계약품과 장정윤 연구관은 “시부트라민 성분약과 펜터민 등 향정신성 식욕억제약을 함께 복용하면 판막심장병 등 치명적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환자에 대한 살 빼는 약 처방 정보를 약국이나 병원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후 관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신형근 부회장은 “특정 약품을 허가 사항 외에 사용 금지하거나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나온 대책”이라며 “이 정도만으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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