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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KGB 이름 바꿔 부활 ?

중앙일보 2010.07.21 02:08 종합 14면 지면보기
러시아 야당의 한 당원이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의회 앞에서 연방보안국 권한강화법안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KGB 출신 푸틴 총리 등 옛 소련 정보기관 출신 인사들이 포스터에 등장했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 전신인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 버금가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FSB에 소환·구속 등 권한
러 상원 121 대 1로 통과시켜

러시아 상원은 19일(현지시간) 연방보안국 권한강화 법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16일 하원에서 354대 96으로 통과한 법안은 이날 121대 1로 가결됐다고 모스크바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법안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치면 바로 발효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최근 법안에 대해 지지를 공언한 바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된 건 지난 3월 모스크바 지하철 연쇄폭탄 테러로 140여 명이 숨지는 등 러시아 내에서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KGB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 FSB의 권한과 활동 영역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의 핵심은 ‘범죄 예방’ 조항으로 권한 남용 논란도 낳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FSB는 ‘범죄로 연결되는,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개인에게 경고를 주거나 소환 조사할 수 있게 된다. FSB의 활동을 방해한 인물을 구속하거나 벌금을 가하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조사 및 경고 대상을 ‘국가 보안을 위협하는 범죄’라고만 규정해 사실상 FSB에 막대한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러시아 인권단체는 “KGB가 같은 권한을 사용해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한 전례가 있다”며 “법안이 인권 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31일 모스크바 도심에서 법안 통과를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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