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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다 도착 김현희, 경호 차량만 10대 … “모든 일정 극비”

중앙일보 2010.07.21 01:53 종합 6면 지면보기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의 실행범 김현희(48·사진)의 방일로 일본이 들썩거리고 있다.


3박4일 방일 첫날부터 들썩

김씨는 20일 새벽 4시 일본 정부의 특별기편으로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100여 명의 취재진이 대기한 가운데 김씨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활주로에 대기한 승용차를 타고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에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별장으로 직행했다. 일 언론들은 헬기 6~7대를 띄우고 20여 대의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동원해 김씨가 탄 차량을 추적했다. 그러나 일 정부는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우산으로 김씨를 가리고 10대가량의 별도 차량을 동원해 언론의 접근을 차단했다. 김씨가 탄 차량에는 커튼을 설치해 내부를 볼 수 없게 했다.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김씨는 20일 하토야마 전 총리의 별장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의 오빠와 장남을 만났다. 다구치는 북한에서 김씨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던 인물이다. 김씨는 지난해 3월 부산에서 다구치의 장남과 만나 “(북한에서 다구치에게 배운) 요리를 내가 직접 만들어 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일본 하네다(羽田)공항에 도착한 특별전세기 앞에서 김현희씨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비행기가 도착한 뒤 1시간동안 내리지 않다가 일본 경찰 관계자들에 의해 우산으로 가려진 채 대기 중이던 차에 올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별장으로 향했다. [로이터]
김씨는 21일에는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의 부모와 만날 예정이다. 김씨는 지난해 5월 “북한에 있을 때 메구미를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고, 지난해 11월에는 NHK와의 인터뷰에서는 “메구미 부모를 만나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직접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일 방송들은 20일 김씨의 공항 도착 장면과 하토야마 전 총리 별장 앞의 삼엄한 경계태세를 실시간으로 하루 종일 반복 방영했다. 방일 기간 중 김씨가 일본인 납북자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김씨로부터 새로운 내용이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납북 피해자 가족과 정부 관계자의 면담만 주선할 방침이다. 일 정부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모든 일정을 극비에 부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1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이 확정된 외국인은 입국을 불허한다”는 일 입국관리법에 따라 입국 거부 대상이지만 이날 법무대신이 ‘특별 입국’을 허가했다.



김씨의 숙소로 하토야마 전 총리의 별장이 정해진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의 방한을 주선한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납치문제 담당상은 “호텔에 투숙할 경우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과거 민주당 납치문제 대책본부장을 역임해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 데다 그의 별장이 숲으로 우거진 휴양지에 있어 경호에 안성맞춤이란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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