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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명물가게 사장님들 ‘창업 선생님’으로 나섰다

중앙일보 2010.07.21 01:30 종합 23면 지면보기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택가의 좁은 골목에 ‘레게치킨’이 있다.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흥겨운 레게 음악이 흘러나온다. 30여㎡의 작은 가게에 테이블은 4개뿐이다. 찾기도 쉽지 않고, 특별히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손님이 줄을 선다. 2년6개월 전 류광희(35) 사장이 문을 열었을 때 하루 10마리도 팔기 힘들었지만, 이제 2호점을 내기에 이르렀다. 인디밴드 드러머 출신인 류 사장의 ‘레게 음악을 들려주는 치킨집’이란 독특한 컨셉트가 젊은이들에게 먹혀들었다.



#나명호(30)씨는 7년간 잘 다니던 대기업을 얼마 전 그만뒀다. 그는 자신의 색깔이 묻어나는 가게를 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지만,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마포구청 홈페이지에서 ‘마포 명물가게 만들기’라는 창업 아카데미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좋아하는 일을 돈벌이와 적절히 연결시켜 성공한 사람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였죠. 당장 신청서를 냈습니다.”



‘마포 명물가게 만들기’ 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커피공장 2An의 안중보 사장(오른쪽)이 15일 예비 창업자들에게 창업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8일 홍대 앞의 한 카페. 청바지 차림의 류 사장이 이날 ‘창업 선생님’으로 나섰다. ‘대박’ 대신 ‘좋아하는 일의 지속 가능’을 꿈꾸는 20~30대 창업 지망생 10여 명이 둥글게 모여 앉았다.



류씨는 “창업할 때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운을 뗐다. 음악과 돈벌이를 함께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하다 ‘음악을 들려주는 치킨집’을 기획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클럽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음악을) 즐기며 놀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실패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자유인이 된다는 환상은 버리라”고 충고했다.



음반회사를 차리고 싶다는 라임(활동명·대학원생·33)씨가 “어떤 철학으로 가게를 운영하느냐”고 질문했다. 류씨는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책임감이 오래가는 가게를 만든다”고 답변했다. 실제 류씨는 홍대 앞으로 몰리는 인디밴드들과 손잡고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이들이 음반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홍대 앞의 젊은 뮤지션들과 상부상조하는 시스템이다.



강의가 끝난 후 나씨는 “나만의 철학이 담긴 한식 패스트푸드점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라임씨는 “취업난 속에서 원하는 것을 창업으로 이뤄낸 사람들을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두 달간 목요일 저녁마다 진행되고 있는 ‘마포 명물가게 만들기’ 아카데미는 마포구청이 지원하고 희망청이 기획했다. 류광희 사장뿐 아니라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 사회적 기업 노리단의 김종휘 단장 등 독특한 컨셉트로 성공을 이뤄낸 창업자 10명이 ‘1일 강사’로 나서 2시간 동안 강의를 한다. 류 사장은 "창업을 하며 느끼고 고민한 것들을 나누고 싶어 강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강의가 끝나면 수강생들은 ‘홍대 주변 클럽으로 모이는 외국인을 위한 찜질방’ ‘마포 시장에서 돼지머리국밥을 잘 하는 어르신과 협력해 분점 만들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댄다. 희망청의 김지연씨는 “연고가 있는 지역에서 작지만 알찬 가게를 여는 것이 실패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보고 여기에 초점을 맞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임주리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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