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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 120만 외국인 시대, 이제는 그들도 ‘우리’

중앙일보 2010.07.21 01:18 종합 27면 지면보기
문학은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시대의 현미경에 비유된다. 소설가 구경미(왼쪽)씨와 손홍규씨가 국내 거주 외국인을 다룬 장편 『라오라오가 좋아』『이슬람 정육점』을 나란히 펴냈다. 두 사람은 “외국인을 피해자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난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시대의 거울인 문학은 현실의 징후와 모순을 어떤 매체보다 먼저 상상하고 경고한다. 요즘 한국소설이 울리는 경고음은 국내 거주 외국인을 향하는 것 같다. ‘합·불법 체류자 120만 명 시대’를 웅변하듯 부쩍 외국인 문제를 다룬 작품이 늘고 있다. 구경미(38)씨의 장편 『라오라오가 좋아』(현대문학)와 손홍규(35)씨의 장편 『이슬람 정육점』(문학과지성사)이 대표적이다. 외국인이 작품의 복판에 위치하고, 그들을 보는 시선 또한 기존의 ‘가해자-피해자’ 도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나(한국인)와 타자(외국인)의 구별짓기를 무너뜨린다. 『라오라오가 좋아』는 아내가 라오스 여성인 다문화가정을, 『이슬람 정육점』은 터키·그리스인이 정착해 사는 서울 이태원의 달동네를 조명하고 있다. 16일 두 사람을 만나 소설과 타자, 둘의 바람직한 접속 등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소설 『라오라오가 좋아』 구경미 vs 『이슬람 정육점』 손홍규 대담

-국내 거주 외국인을 전면에서 다뤘다. 계기가 궁금하다.



▶구경미(이하 구)=지금 사는 서울 동쪽 아차산 부근으로 2005년 이사올 때만 해도 다문화가정이 많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부쩍 늘더라.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아내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지켜보게 됐다. 지금까지 다문화가정을 소재로 한 단편은 더러 있었지만 장편은 없었다.



▶손홍규(이하 손)=대학 다니던 90년대 중반에 이미 고향 정읍에서는 추석 때 베트남 노동자들이 식당에 모여 회포를 풀곤 했다. 몇 해 전부터 고등학생 문학상 심사를 해왔는데, 절반 이상이 이주노동자나 다문화가정을 소재로 했다. ‘우리 안의 타자’인 외국인은 어느 순간 들이닥친 게 아니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우리 속에 존재해 왔다. 이번 소설은 한국전쟁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6·25 참전 후 한국에 정착한 터키인·그리스인을 통해 타자에 대한 얘기를 해본 거다.



-작품 얘기를 해보자. 상대 작품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구=지금까지 소설은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아내를 한국인이라는 우월자의 시선에서 피해자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인 남편이 우위에 있는 수직적 관계를 반영한 것이다. 최근에는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수평적으로 바뀐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 우리와 똑같은 외국인 아내의 욕망을 그리고 싶었다. 라오스 출신 새댁 아메이는 얼떨결에 남편을 버리고 매형인 ‘그’와 불륜에 빠지지만 경제적으로 파산 상태임을 알게 되자 다시 남편에게 돌아간다.



▶손=『라오라오가 좋아』는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아내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욕망의 주체로 그렸다는 점에서 예전과 차별화된다.



▶구=『이슬람 정육점』은 1980년대 이태원 달동네를 배경으로 외국인을 포함한 최하층민 하나하나를 따뜻하게 그렸다는 점이 돋보인다.



▶손=내 소설에서 무슬림인데도 돼지고기 정육점을 운영하는 터키인 참전 용사 하산은 소설의 화자인 10대 중반의 한국인 고아 ‘나’를 입양한다. 가해자를 알 수 없지만 자신처럼 쇄골에 총상이 있어서다. 하산은 또 그리스인 참전용사 야모스, 이태원 달동네의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야외로 소풍도 가고 가족처럼 저녁 식사도 한다. 한국전을 체험했다고 하지만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데, 차이를 넘어서서 인간적 이해를 통해 한국인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이슬람 정육점』 마지막이 인상적이다. 화자가 신문에서 오린 수백 장의 세계인 사진을 한국인을 중심으로 닮은 순서대로 배열하자 결국 백인, 흑인 얼굴로 연결된다.



▶손=대학 1학년 때 별명이 무슬림이었다. 소설가 전성태씨와 함께 문단의 외국인 두 명으로 통한다(웃음). 전형적인 한국인의 얼굴과 서양인의 얼굴을 비교하면 무척 다르지만 어중간한 얼굴들을 그 사이에 끼워 넣으면 결국 연결된다는 설정이다. 차이가 실은 공통점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을 표현했다.



-국내 외국인을 다루는 철학 같은 게 있다면.



▶구=기존의 시각을 뒤집어 보는 게 작가의 기본 역할이 다. 늘 그러려고 노력한다.



▶손=‘외국인을 인간적으로 대하자’고 주장하면 자칫 구호 속에 안주해 실제로 존재하는 불균형을 은폐하고 희석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세심하고 치밀하게 외국인 차별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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