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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선, 법정 … 손때 묻은 열쇠를 만나다

중앙일보 2010.07.21 01:18 종합 27면 지면보기
위쪽부터 윤상구 대표가 기증한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장석,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내놓은 거북이 모양 빗장, 김종규 관장이 간직하던 호텔 열쇠. [쇳대박물관 제공]
“수집가란 점잖게 미친 사람들이라 할 수 있죠.” 김종규(71·삼성출판박물관장)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의 수집가론이다. 도예가 신상호(63)씨는 “수집은 일종의 병”이라 푼다. 한국 문화계에서 수집에 일가를 이뤘다고 꼽는 두 사람이 이번에는 거꾸로 기증을 했다.


명사들이 기증한 소품 모아
쇳대박물관 내일부터 전시

수집광인 최홍규(54) 쇳대박물관장의 열성에 감복해서다.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쇳대(열쇠의 사투리)에 마음이 벌겋게 달아 열쇠·자물쇠·빗장 등을 수천 점 모아 박물관까지 연 최 관장의 수집벽에 한 손 거들려는 지인들 90여 명이 함께 했다. 22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 동숭동 쇳대박물관에서 열리는 기증유물전 ‘소통(疏通)’이다.



철물점 일을 하는 최 관장의 오지랖이 넓다 보니 자물쇠를 기증한 인사들 면면이나 사연이 다양하다. 김종규 관장은 쇠로 만들어진 조선비치호텔의 룸 키홀더를 내놨다. 예전에 이 호텔에 투숙했다가 깜박 잊고 열쇠를 들고 왔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요즘 물건들과 달리 특이하고 재미있어 기증하게 됐다고 한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장남 윤상구(동서코포레이션 대표이사 사장)씨는 선친이 생전에 직접 디자인한 장석(裝錫·가구에 붙이는 금속장식)을 보내왔다. 태극 문양에 견고하면서도 아름다운 도안이 윤 전 대통령의 심미안을 엿보게 한다. 기증에 얽힌 얘기는 인터뷰 영상에 담아 전시장에서 상영하는데 스마트폰을 이용해 콘텐트 체험도 가능하게 했다. 트위터에서 ‘lockmuseum(쇳대박물관)’을 팔로우하고 전시를 관람하면 기념품을 증정한다.



쇳대박물관 개관 때 현판 글씨를 썼던 법정 스님이 오래 전 기증한 쇳대가 나와 고인을 기억하게 만든다. 김이환 이영미술관장, 김정옥 얼굴박물관장, 노준의 토탈미술관장,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안목이 뛰어난 이들이 한 점 두 점 보탠 쇳대가 한자리에 모이니 전시제목 ‘소통’의 뜻이 되살아난다.



열쇠는 닫힌 것을 열던 소통의 도구였기에 최 관장은 이들이 보내준 소장품으로 우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02-766-6494.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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