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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94년간 그대들을 잊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0.07.21 00:51 종합 31면 지면보기
영국·호주 정부는 19일(현지시간) 제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프로멜 전투에서 숨진 양국 병사 250명의 영결식을 했다. 왼쪽부터 찰스 영국 왕세자와 부인 카밀라 파커 볼스, 쿠엔틴 브라이스 호주 총독과 남편 마이클 브라이스. [프로멜(프랑스) AP=연합뉴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땅에서 전사한 뒤 적에 의해 집단 매장됐던 영국·호주군 전사자들을 양국 당국자들이 찾아내 94년 만에 안식처를 찾아줬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져간 장병을 국가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는 사건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서 전사한 영연방 군인 250명
영국·호주 정부, 끈질긴 추적 끝에 유해 찾아 영결식

사건이 벌어진 곳은 프랑스 동북부 도시 릴에서 10여㎞ 떨어진 프로멜 마을. 20일 AFP·AP통신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격전지였던 이곳에서 19일(현지시간) 250명의 영연방군 전사자에 대한 안장식이 열렸다.



1916년 7월 19일 영연방군은 독일군에 맞서 이곳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14시간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호주 장병 5553명과 영국 장병 1547명이 전사하거나 부상했다. 이곳을 장악한 독일군은 전사한 영연방 군인의 유해를 집단 매장했으며, 그곳은 90여 년 동안 잊혀졌다. 그러다 2007년 호주의 교사이자 역사학자인 램비스 랭글조스의 끈질긴 추적으로 집단 매장지가 확인됐다. 그는 프로멜의 작은 숲 옆의 진흙더미에서 유해들을 발견했다.



그러자 호주와 영국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양국은 이곳에서 대대적인 유해 발굴 작업을 벌여 우선 250구의 유해를 찾아냈다. 이들은 2년에 걸쳐 꼼꼼한 법의학적인 조사를 벌여 250구 중 96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인척과 유해의 유전자를 대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집단 매장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부지를 사들여 ‘패전트 우드’라는 군인묘지를 새로 조성, 지난 3월 이 가운데 95구를 옮겼다.



프로멜 전투 94주년 기념일인 19일에는 마지막인 96번째로 신원을 최근 확인한 호주 병사 윌리엄 무어(전사 당시 25세)의 유해 안장식과 동시에 250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을 치렀다. 이날 무어의 유해를 담은 관은 마차에 실려 식장으로 들어왔다. 그 앞에는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호주의 쿠엔틴 브라이스 총독 등 양국의 최고위급 인사와 유족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무어의 육촌인 짐 파슬로(71)도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



찰스 왕세자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희생한 이들의 충성심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호주와 영국 당국은 이 지역에서 발굴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찾아낸 유해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신원을 확인한 다음 군인묘지에 정중하게 모시고, 유족도 찾아줄 계획이다.



1차대전 당시 영연방군은 프로멜에서 약 80㎞ 떨어진 솜 지역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주로 호주군으로 이뤄진 병력을 적 공격 분산용으로 이곳에 배치했다. 당시 호주군 병사는 상당수가 10대 후반이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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