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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링스헬기 부품 교체 사기, 군은 몰랐을까

중앙일보 2010.07.21 00:38 종합 34면 지면보기
군용기 정비를 맡은 민간업체 대표가 교체하지도 않은 부품을 교체한 것처럼 속여 거액을 착복한 혐의로 그제 구속됐다. 해상 초계(哨戒)와 대(對)잠수함 작전의 핵심 기종인 링스헬기와 P-3C 대잠초계기의 레이더 정비를 맡은 D사가 ‘유령 정비’ 수법으로 2003년부터 7년간 42회에 걸쳐 14억3000만원을 해군 군수사령부로부터 받아 챙겼다고 한다. 군(軍)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그 무모함도 무모함이지만, 어떻게 이런 사술(詐術)이 한두 번도 아니고 수십 번씩 통할 수 있었던 것인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군은 눈을 감고 있었단 말인가. 더구나 이 사건은 업체 대표의 임금 횡령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검찰에 제보함으로써 드러났다. 제보가 없었다면 사기 행각이 계속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인 4월 15일과 17일 링스헬기 두 대가 진도 동남쪽 해상과 서해 소청도 근해에서 잇따라 추락해 조종사 등 승무원 4명이 숨졌다. 각각 조종사의 비행 착각과 전파 고도계 이상이 사고 원인이었던 만큼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게 해군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해군 군용기에 대한 동일한 정비 사기 수법으로 수억원을 챙긴 다른 민간업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해군 군용기 정비를 맡은 민간업체 전체로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와 군인의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고, 돈벌이에 눈이 먼 민간업체의 탐욕도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이에 놀아난 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를 마친 후 정상적인 확인 절차를 거쳤다면 어떻게 이런 속임수가 번번이 통할 수 있었겠는가. 군 관계자와 민간업체 사이에 결탁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더욱이 구속된 D사 대표는 해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안함 사태로 군의 신뢰가 큰 상처를 입은 마당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군수 사기 사건까지 터졌으니 군의 신뢰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걱정이다. 군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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