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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사랑의 매

중앙일보 2010.07.21 00:36 종합 35면 지면보기
조선 시대 서당에선 삭월(朔月)이 되면 회초리를 마련해 스승에게 갖다 바쳤다. 바로 ‘서당매’ 풍습이다. 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는 게 초달(楚撻) 또는 달초(撻楚)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 ‘서당’에 그려진 그 모습이다. 학생이 스스로 가져간 회초리가 오랫동안 쓰이지 않으면 부모가 스승을 찾아가 초달이 없음을 섭섭해했다고 한다. 이처럼 스승이 회초리를 드는 체벌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게 우리네 전통적 관습이다. 율곡 이이도 교육사상을 담은 『학교모범(學校模範)』에 “잘못을 저지른 학생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라”고 적고 있다.



지금의 대학인 성균관에서조차 학생을 매로 다스렸다. 학칙에 해당하는 성균관 학령(學令)은 사실상 체벌 조항 일색이다. 그중 한 대목은 이렇다. 매일 명륜당에서 유생에게 전에 공부한 내용을 읽게 한다. 합격하지 못한 사람에겐 종아리를 매로 때리는 벌을 준다. 졸거나 산만해도 벌을 주고, 복습을 게을리하고 장기와 바둑, 사냥, 낚시 같은 유희를 즐겨도 벌을 준다. 이러니 과거(科擧)에 급제한 뛰어난 문장을 ‘삼십절초(三十折楚)’ ‘오십절초(五十折楚)’의 문장이라고 칭송할 만하다. 30자루, 50자루의 회초리가 꺾이는 초달을 겪고서 얻은 글이란 뜻이다.



서양의 체벌 역사는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체벌과 교육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고분고분하지 않은 아이는 수치스럽게 매를 맞아야 한다”고 했을 정도다. 로마인들도 학교에서의 체벌을 당연한 교육수단으로 여겼다. 중세로 넘어와서도 체벌은 엄했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라는 서양 속담은 이때 나왔다. 신학자 마르틴 루터조차 “매는 좋은 아이를 만든다”고 설파했다. 그래서 영국은 19세기까지 매질(caning)을 교육제도로 보장했다. 체벌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함께 법률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는 나라들이 많아진 건 1970년대 이후다.



서울시교육청이 2학기부터 각급 학교의 학생 체벌을 전면 금지키로 해 논란이 분분하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필요하나 학생 지도가 어려워져 교실수업 파행이 우려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일부 교사의 ‘감정의 매’ ‘미움의 매’는 분명 폭력이다. 학교에서의 폭력은 교육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정당한 교육적 목적으로 행해지는 ‘사랑의 매’조차 부정해야 할까. 현대판 ‘서당매’가 아쉽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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